온마을 주민들이 "긁적긁적"|소래읍 매화리 집단피부병 발생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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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29일 하오3시, 식수난과 악성피부염 및 설사병에 시달리고 있는 경기도 시흥군 소래읍 매화리 예림빌라 마을은 서울개봉동에서 승용차로 10여분거리인 수인산업도로변 야트막한 야산 숲속에 들어선 변두리 연립주택단지.
동네입구에 들어서자 부녀자·노인등주민 3백여명이「깨끗한 물을 달라」고 쓴 피킷과 머리띠를 두르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독극물 섞인 식수 누구를 죽일건가」 「무책임한 식수공급 간접살인 중지하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가 마을 곳곳에 내걸려 있었으나 주민들의 하소연을 들어줄 관계 당국이나 공무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악성피부염으로 엉덩이가 거의 진물러진 이정현군(5) 을 안고 시위현장에 나온 어머니(32)의 울음섞인 호소.
그새 가려움증을 못참아 헤어진 엉덩이를 긁는 이군을 달래는 어머니의 팔에도 울긋불긋한 발진이 드문드문 보인다.
바지를 내려 발진때문에 검게 변한 허벅지를 내보이는 박중식씨(56). 박씨는 『수년간 길러 오던 십자매가 지하수를 먹은지 보름만에 죽었다』고 주장한다.
아가미가 검게 타 죽은 금붕어가 든 어항을 가져온 주민, 말라죽은 화초를 들고온 주부등 서로 상의를 걷어 올려 악성 피부병증세를 호소한다.
대부분 서울에서 살던 서민층인 이곳 주민들이 매화리 다세대주택에 입주한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전세금 1천3백여만원씩을 빼 16, 19평크기의 내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천장과 벽에 금이 가는등의 부실공사마저도 참고 견디던 주민들은 지난 3월말부터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괜히 갓난애가 우유를 안먹으려 하더군요.』
『온 가족이 피부병 때문인지 신경이 예민해져 마찰이 잦았어요.』
주민들은 이때부터 아무래도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가 이상하니 수질검사를 다시 해 달라고 건축주에게 요구했다.
이곳엔 상수도가 없어 지하수(60m)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 3월초 경기도 보건연구소에서 실시한 수질검사에서는「음료적합」이라는 판정이 나왔으나 당시에는 색도·탁도·대장균유무등 기본적인 8개항목만 검사했기 때문.
주민들은 여러차례 항의끝에 4월 한달동안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소등에 세차례 수질검사를 의뢰, 「비소가 많이 함유돼 음료불가」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건축주들은 『경기도 물은 경기도에서 검사하면 됐지 왜 서울 검사결과를 믿어야 되느냐』며 막무가내.
끝내 주민들은 관할 시흥군청 등으로 달려 갔으나 관계 직원들은 『상수도 사정이 좋지 않으니 내년 7월 이후에 보자』 『건축업자와 해결할문제』라며 따돌렸고 주민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시위등 실력행사에 들어 갔다.
『당장이라도 지하수를 끊고 싶은데 식수마저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금까지 지하수로 목욕을 해 피부병이 더 도졌다는 주민 송수영씨(30)의 하소연.
하오6시쯤 3시간에 걸친 시위가 끝나고 주부들은 서울등지로 출근했던 남편들이 퇴근하면서 구해오는 플래스틱 용기에 든 「서울수도물」로 저녁밥을 짓기 위해 귀가했다.
『도대체 상수도시설도 확보안된 곳에 어떻게 건축허가가 나옵니까.』
『이 주택단지는 아직껏 준공검사도 안 떨어졌는데 지난해부터 사전입주를 하도록 봐준 사람은 누굽니까』 <매화리=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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