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류 "李총장 물러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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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 신.구주류가 8월 말 전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막판 샅바 싸움을 벌였다. 4일 전당대회 시기와 준비 방법을 결의하기 위해 열린 당무회의에서다.

신.구주류는 이날 세부 사안을 놓고 곳곳에서 충돌했다. 고성이 오가는 격전이었다. 오전 9시에 시작된 회의는 양측의 의견차로 오후 5시30분이 넘도록 정회 없이 계속됐다. 점심에는 도시락이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날 최대 쟁점은 신당 추진파인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의 사퇴 문제. 당규상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은 사무총장이 맡게 돼 있다.

그러나 구주류 장성원(張誠源)의원 등은 "대의원 관리 등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준비위원장을 신당 추진파가 맡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만큼 李총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파인 조순형(趙舜衡)고문과 김태랑(金太郞)최고위원도 "李총장은 신당 추진 모임과 관계를 단절하거나 사퇴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상수 총장은 기자실을 찾아 "합리적인 주장이면 수용할 수 있지만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나가라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무조건 물러나라고 할 게 아니라 준비위원장을 사무총장이 맡지 않도록 당규를 바꾸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

전당대회 주요 사안을 결정할 조정대화기구 구성을 놓고도 승강이를 벌였다. 신주류 측은 "신.구주류와 중도파가 동수로 참여하면 된다"고 했지만 구주류 측은 "중도파 내에도 신당파가 많은 만큼 중도파 내에서도 신당파.리모델링파가 동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격론 끝에 합의한 사항은 전당대회를 8월 안에 개최키로 한 것. 하지만 이는 당초 신.구주류가 조정대화기구에서도 합의한 사항이다. 정대철(鄭大哲)대표가 "25일 잠실체육관에서 하자"고 제안했지만 구주류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해 대략적인 시기만 정했다.

이를 두고 신주류 의원들은 "세 불리를 느낀 구주류 측이 전대를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서둘러서 유리할 게 없는 구주류 측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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