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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에 날벼락|바다오염사고 잦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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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창때인데도 고기 한마리 못잡는다카이 날벼락도 유만부득이지…. 저썰렁한 바다만 보면 속이 왈칵 뒤집히는기라』 4월21일 부산 청사포 앞바다에 좌초한 이집트선적 알 맘다라호(4천7백16t)가 토해낸 1백여t의 범커C유로 양식 시설물과 어구(어패)가 새까맣게 절어버린 남·동해안의 어민들은 황금의 성어기에 고기 한마리 잡지 못하고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만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저마다 분통을 터뜨린다. 내일의 생계도 걱정이지만 그동안 땀흘려 가꿔온 양식장의 어패류·해초류가 눈앞에서 떼 죽음 당하는 정경은 차마 보기 싫었다. 해양오염이 날로 심각하다. 해상물동량 증가로 대형 유류 오염사고가 빈발하고 산업발달에 따른 공단폐수·생활하수의 해양방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82년부터 86년사이 우리나라 전해상에서 1천19건의 해양 오염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수산피해배상이 이뤄진 것은 확인된 것이 23건에 49억3천2백만원이었다. 해양오염사고의 주요사례를 살펴 본다.

<폐유·폐수 뒤범벅>
◇부산청사포앞바다=87년4월21일 이집트선적 알 맘다라호가 항로를 잃고 좌초됐다. 볼썽 사납게 육중한 몸을 누인 알 맘다라호는 이 맑은 바다외에 1백여t의 범커C유를 토해냈다.
바다로 흘러든 벙커C유는 빠른 조류를 타고 청사포·송정·양산등 인근 해안은 물론 울산·울주·경북 영일만에 이르는 30여마일의 청정해역을 뒤덮어 버렸다.
이곳 연안어장을 급습한 검은 괴물은 곳곳에 20∼30cm의 유층을 이루었고 그 바람에 채취를 앞둔 전복·해삼·우렁쉥이·성게·미역·다시마등 각종 어패류와 해초류가 폐사하는등 1백44억6천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피해는 이것으로 그치는게 아니다. 부산지구 해양경찰대는 당초 2백87t의 벙커C유를 실은알 맘다라호가 좌초되자 선박주위에 3백m의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선적기름을 다른데로 옮겨 실었으나 이미 구멍이 뚫린 4번 유류탱크 (용량 1백20t)에서 기름이 쏟아져 나왔고 한달이상이나 방치된 이 배에서도 기름이 계속 흘러내려 바다를 크게 오염시켰다.
유자망어선을 포구에 묶어 둔 채 시름에 잠겨 있는 어민들은 그나마 피해보상이라도 빨리 됐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다.
지난3월 충남서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범양상선소속 선박의 벙커C유 유출사고는 발생 2개월여만에 보상문제가 완전타결됐지만 이번의 경우는 사고선박이 외국선(이집트국영선사소속)으로 선박회사와 보험회사간에 이해가 얽혀 있고 피해조사가 아직 진행중이며 어민·선박회사·보험회사등의 합의가 이뤄지려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청정해역도 옛말>
▲피해실태=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은 경남 양산군 장안읍과 일광면등지의 18개 어촌계 1천5백가구의 제1종 공동어장 2백8ha와 제2종 공동어장 36ha. 재산피해액(어민들주장)은 67억4천만원.
미역·다시마의 주산지인 이곳에서는 대임 수출용 다시마 채취기를 맞았지만 황금어장에 스며든 폐유로 양식장은 폐장이 돼버렸다.
한규선씨(54·일광면이천리)는 『우렁쉥이·다시마등 양식어종은 5∼6월이 한창 채취기인데도 일손을 놓은 채 당국의 대책만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지난해 10월의 태풍피해로 망가진 양식시설을 복구한지 6개월만에 또 기름피해를 봐 이젠 양식장을 꾸려갈 의욕마저 잃었다』고 한숨을 지었다.
울주군 서생면을 비롯한 울주·울산일대의 23개 어촌계도 모두 61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곳 3천여 가구의 피해어민들이 공동관리하는 제1종공동어장 3백10ha와 미역·다시마·우렁쉥이양식강 40개소 2백63ha도 새까만 기름이 뒤덮여 양식시설을 깡그리 못쓰게 만들었다. 피해액은 요즘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형편.
서생면 신암어촌계장 차병권씨(42)는 『30여cm나 깔린 유층을 제거하고 양식시설을 세척하고는 있지만 헛고생』이라며 『기름등 불순물에 민감한 어패류 종패나 미역·다시마등의 포자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푸념했다.
14만대(3억원)의 양식시설이 기름에 절어 버린 신암어촌계 어민들은 『기름제거 과정에서 유화제를 뿌리는 바람에 종패·포자등 각종 종묘의 성장이 2∼3년간은 지장을 받게된다』 는 수산진흥원 관계자의 설명이 있자 건져낸 양식시설을 포구에 팽개쳐 두고 있다.
이밖에 청사포·송정일대 8km의 1종 공동어장과 양식장 1백7ha가 오염됐고 피해신고액은 10억여원.
특히 그날그날 해삼·전복을 따서 생계를 유지해온 1백여명의 해녀들은 『끼니를 거르게 됐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데 기다리다 못해 지난 7일 기름덩어리를 헤치고 바다에 뛰어든 김명심씨(48)등 해녀 30명은 심한 두통과 호흡장애·메스꺼움등으로 3시간만에 작업을 중단했고 이중 8명은 보건진료소에서 2일간 치료를 받기도 했다.
피해를 보기는 이 일대 횟집·식당들도 마찬가지. 횟집주인들은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고 자갈치 시장등지에서 횟감을 들여오지만 『기름 묻은 생선』이라며 고객들이 외면하기 일쑤다.

<횟집주인들 울상>
▲피해보상=이집트 국영선사의 대행회사인 동아선박에 따르면 사고선박은 영국 윌리스페바 보험에 3천1백만달러의 선체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을 비롯, 해상오염보상보험·선원보험등 최고 3억달러까지의 보험금을 받은 수 있어 피해 어민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는 것.
그러나 외국선사와 보험회사를 상대로 하는 일이므로 보상금결정기간이 6개월은 소요될 것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양식시설 설치 및 종묘살포등 당장의 복구작업에 나서야하고 생계를 꾸려야 하는 어민들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에 조속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선박처리=이집트국영선사가 사고선박의 구조 및 해체작업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자 해경부산지구대는 지난18일 더 이상의 해상오염과 어민피해를 막기 위해 이배의 한국대리점인 동아선박측에 해체명령을 내렸다. <이동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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