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분당(分黨)시계가 일주일 시한을 두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가 “일주일간 고민한 후 탈당 여부를 최종 결심하겠다”(지난 16일 밤 부산 지역구에서)고 한 데 이어 탈당 신중파인 유승민 의원도 18일 먼저 친박계가 극히 부정적인 ‘전권 비대위원장 카드’를 던졌다.
“비박계가 추천” 정우택 제안에 역제안
수용 안 되면 분당 결단 쪽으로 가닥
정우택 “김무성과 합의된 안 아니다”
친박계 “유승민은 절대 안 된다
아이한테 화약고 열쇠 맡기는 격”
유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당 개혁의 전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면 기꺼이 독배를 마실 각오가 돼 있다”며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그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 정우택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비박계가 비대위원장을 추천해달라”고 제안한 것에 대한 역제안이자 분당 결단을 앞두고 던진 최후통첩이었다. 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1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전권을 행사했던)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엄중한 상황”이라며 “친박 핵심의원들에 대한 인적 청산도 당 개혁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 지난 16일 비대위원장은 독배라 하지 않았나.
- “당 개혁을 바라는 의원들은 ‘내가 맡아야 한다’고 하고 반대편은 ‘유승민은 죽어도 안 된다’, 중간에선 친박·비박 공동위원장이니 이상한 소리들을 하면서 혼란이 심해 분명히 입장정리를 해야겠다고 해서 선언한 거다.”
- 2011년 말 박근혜 위원장과 같은 전권인가.
- “그때도 그랬지만 비대위원장은 본래 비대위 구성권한이 있는 거고 지금은 더 엄중한 상황이니 비대위원을 나눠먹기식으로 한다거나 들러리 서는 비대위원장을 해 뭣하느냐.”
- 김무성 의원은 인적 청산이 어려워 탈당밖에 (해결책이) 없다는데.
- “인적 청산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 당 개혁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친박 핵심들이 얘기하는 2선 후퇴는 말이 안 된다. 지금까지도 2선에서, 뒤에서 다 해놓고….”
- 주류 답변을 이번 주까지 달라는 거냐.
- “이번 주가 분당의 고비다. 하지만 주류가 받아들일 거란 큰 기대를 갖고 있진 않다.”
결국 ‘유승민 전권 비대위원장’ 카드를 정우택 원내대표와 친박계가 수용할지 여부가 탈당 엑소더스를 막을 유일한 수단이 된 상황이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유 의원도 친박 핵심들의 자진 탈당이나 출당 없이 당 안에서의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전권 비대위원장 제안까지 무산될 경우 결단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탈당파인 김무성 전 대표도 이날 측근들에게 “친박계와 같은 당으론 정권재창출이 요원하다”며 “일주일 후 결심하겠다”며 탈당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주류의 단일안을 달라’고 했는데 유 의원 제안이 김무성 의원과 합의된 안이 아니지 않으냐. 건건이 대응하진 않겠다”며 "(비대위원장 인선은) 급하게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전권 위원장을 달라는 요구에 즉각 거부감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 중진 의원은 “유승민은 절대 안 된다(Absolutely No). 어린아이한테 화약고 열쇠를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정 원내대표 제안이란 게 물밑에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 떠보는 수준인데 비주류를 분열시키려는 의도”라며 “공식 제안도 아닌 상황에서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글=정효식·박유미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강정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