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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중앙시조대상] 더 치열해지도록 감각·인식의 촉수 벼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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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앙시조신인상 임채성

아직은 시조가 담아야 할 시의 본질을 알지 못합니다. 누구는 서정이라 하고, 누구는 시대정신이라 주장합니다. 황토 빛 시대정신을 파스텔 톤 서정으로 녹여내라고도 합니다. 어려운 문제이고 평생을 두고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시대의 그늘을 돌아보고 세상의 안녕을 묻고 싶은 제 나름의 시론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줄 압니다.

그럼에도 서정이라는 허울로 장식된 언어유희가 아닌, 세상과 사람의 관계를 바루기 위한 시의 진정성을 담고 싶습니다. 그것은 고달픈 현실에 위안이 되지 못하는 한가한 감상주의나 현실 도피적 낭만주의를 경계하고자 함입니다.

이제 수상의 기쁨보다 책임감이 앞섭니다. 부족한 저를 수상자의 자리에 앉혀주신 심사위원과 중앙일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조금씩 보여드리겠습니다. 부족함만큼의 모자람을 채워가겠습니다.

더 치열해지도록 감각과 인식의 촉수를 벼리고 벼리겠습니다. 시조라는 이정표만 보며 달려왔듯, 그 어떤 갈림길에서도 주춤거리지 않는 우직한 사륜구동이 되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섬으로 인해 이곳에 오르지 못한 다른 시인께 죄송한 마음과 안타까운 위로를 전합니다. 그분들께도 부끄럽지 않도록 용맹 정진하겠습니다.

곰소항

밖으로 벋기보다
속을 내준 작은 포구
해감내와 비린내가 꿰미에 걸릴 동안
느릿한 구름 배 한 척
무자위에 걸려 있다

한때는 누구든지 가슴 푸른 바다였다
갈마드는 밀물썰물 삼각파도 잠재우는
소금밭 퇴적층 위로 젓갈빛 놀이 진다

제 몸의 가시 뼈도
펄펄 뛰는 사투리도
함지에 절여놓은 천일염 같은 사람들
골 패인 시간을 따라
뭇별이 걸어온다

◆임채성

1967년 경남 남해 출생.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조집 『세렝게티를 꿈꾸며』 『지 에이 피』.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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