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목 숙여 일한 근로자의 목디스크…"업무상 재해 맞다"

중앙일보

입력

26년간 하루 3~4시간씩 하역업체에서 중량화물을 운송하는 작업을 하다 목디스크에 걸린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중량화물 운전기사 겸 트랙터 운전기사인 조모씨가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조씨는 1988년 하역업체에 입사해 2009년까지 중량화물 운송 작업을 했다. 하루 3~4시간씩 목을 10~15도 가량 숙이거나 젖힌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이후 조씨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트랙터 운전기사로 근무하며 화물을 운송 장비에 올리기 위해 약 7㎏의 장비(유선 조정기)를 어깨에 멘 채로 준비 작업을 했다.

조씨가 처음 목 부위에 통증을 호소한 건 2012년 7월이었다. 당시 병원에서 확인한 결과 경추간판장애 진단을 받았고, 2014년 6월에는 통증이 재발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 특히 자기공명영상(MRI) 확인 결과 2012년에 비해 2년 만에 목디스크 증상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결국 조씨는 회사 측에 목디스크를 이유로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씨는 즉각 항의하며 재심사 청구를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됐다.

목디스크가 직업적인 이유로 발병했다는 조씨의 주장에 대해 회사 측에선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에 조씨는 지난 9월 행정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업무 이외에는 조씨의 목디스크 악화를 불러올 원인을 발견할 수 없다”며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 "A씨가 26년이나 되는 장기간 수행한 업무 중에는 목에 부담을 주는 작업이 포함돼 있었고, 트랙터 운전원으로 근무하면서 무거운 유선 조정기까지 맨 채 작업하게 돼 목에 한층 더 부담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