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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진언에 총리·내무가 적극 뒷받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5·26 대폭 개각이 예상보다 빨리 단행된 것은 민정당의 끈질긴 쇄신진언을 노신영전총리와 정호용전내무가 적극 뒷받침하고 이를 전두환대통령이 과감히 수용함으로써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박종철군 수사조작 사건이터지자 여권내에서도 가장 심각히 사태의 중대성을 거론한 것은 민정당이었다. 당장 전당대회(6월10일) 를 열어 차기대통령후보도 뽐고 연내에 대통령선거까지 치러야하는 입장에서 박군사건은 자칫 민정당의 지지기반을 송두리깨 흔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것이다.
이에 민정당은 노태우대표위원과 이춘구사무총장이 주역이되어 수습방안을 마련했는데 그 핵심은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야권 및 여론의 공세를 차단하고 88년2월까지의 정치일정을 추진함에 있어 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모든것을 조기에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일요일인 지난 24일 이총장과 이한동총무는 노대표를 자택으로까지 찾아가「비장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민정당은 우선 ▲국민이 그만하면 납득할만하다고 느낄 정도의 사건수사 및 발표 ▲조작·은페관련자업단 ▲최대한의 정치걱·도의적 책임추궁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당은 특히 허위보고가 있었다는 점과 그런 정부내 풍토에 대한 책임문제를 심각히 거론했다고 한다.
민정당은 이같은 방안을 우선 당정회의에서 욕을 먹고 역풍을 맞더라도 개진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 이총장은 정부의 관계기관이 모인 회의에서 「절규」에 가까운 주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관계기관이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인책대상과 방법은 일단 수사결과를 보고 정해야하며 수사를 무책임한 여론에 밀려 할수 없다는 신중론을 펴 민정당의 주장은 한때 벽에 부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중간결과를 일단 고위층에 보고하고 곁심 여하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경에서 문제의 매듭을 푼것이 정장관이었다고 한다. 정장관은 사건에 직접·간접으로 누가 어떻게 관련됐느냐를 떠나 자신을 포함한 안기부·검찰·경찰등 범공안부처의 책임자가 모두 물러나자, 그리고 차제에 정부의 공신력 회복을 위해 범양사건도 책임을 물어 일대 쇄신책을 쓰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군사건과는 직접 관련이 없고 재임기간이 불과 4개월밖에 안된 정장관의 이같은 제의는 상당히 설득력이있었으며 정부 안팎의 「개혁주도세력」이 비슷한 견해를 제시하는등 뒷받침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같은 국면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것이 노신영총리였다고 한다. 지난 24일밤 청와대 고위회동에는노총리·노대표·장세동안기부장등이 참석한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까지도 민정당의 수습방향이 받아들여질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25일 노대표로부터 회동결과를 전해 들은 이총장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이총잠은 심지어 『언제 당에서 내각인책을 건의했느냐. 신문이 앞질러 간다』고 불평을 했고 김정남대변인을 시켜 『민정당이 내각전면개편을 요구한다는 기사는 오보가 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때 노총리는 이미 범양사건과 박군사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자신이 물러나겠다는 뜻과 총리뿐 아니라 관계 장관들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실추된 정부의 공신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간곡히 건의하고 결심을 얻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러졌다.
그 결과 25일 밤10시30문쯤 노대표는 급히 청와대로 들어가게됐고 여기서 개각 윤곽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어 밤11시50분쯤 노총리도 26일 개각을 통고받았다.
여권 소식통들은 이같은 개각 과정으로 미루어 앞으로의 정국운영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우선 그동안 사실상 정국을 주도해온 노대표·노총리·장안기부장중 노대표만 남은 것이다.
이총장이 『이제는 당의 책임이 커질것 같다 고 한것이나『여대표의 입장이 강화되는 동시에 부담도 커질것』이라고 말한 당직자들의 일치된 분석은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민정당내에는 그동안 정치가 사법적 처리대상이 되는 현상을 부담스러워하는 흐름이 있었고 이같은 흐름이 표출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와 한사람들은 금후의 정치가 좀더 「합리화」 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견지에서 앞으로의 대야관계도 갑자기 기조가 바뀌진 않더라도 야당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한결 보다 부드러워지는 목으로 가지않겠느냐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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