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F-35 비싸다” 록히드마틴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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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엔 록히드마틴을 정조준했다.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F-35(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계획과 비용이 통제 불능”이라며 “내년 1월 20일(대통령 취임) 이후 군사 (무기 구입) 비용을 수십억 달러 줄이겠다”고 글을 올렸다. 트럼프의 트위터 한 줄에 F-35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의 주가가 이날 오전 한때 4% 폭락하며 40억 달러(약 4조6700억원)어치가 증발했다. 오후 하락폭을 줄여 주가는 전날 대비 2.5% 하락으로 마감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 록히드마틴과의 거래를 대폭 줄일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트럼프는 지난 6일에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관련해 트위터에 “교체비용이 40억 달러나 든다. 통제 불능이다. 주문 취소다”라고 적었다. 에어포스원 제조업체인 보잉 주가는 다음날 1.6% 빠졌다. 화들짝 놀란 보잉은 “교체비용을 낮춰보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보잉 에어포스원 이어 “비용 줄여야”
40대 도입 예정 한국도 수혜 예상

트럼프는 당선 이후 트위터를 통해 국내 기업에 훈수하고 있다. 정부와의 계약 금액이 높다거나 기업이 국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등 자신의 대선 공약을 관철시키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트럼프는 지난달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와 포드자동차·애플 등을 압박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캐리어를 미국에 남아 있게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올렸다. 미국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말라는 얘기다. 결국 캐리어는 멕시코로 제조공장을 이전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애플도 중국 생산라인의 미국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미 재계에선 ‘다음 타깃은 어디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 노동자들은 반기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이날 성명을 내고 “꾸준한 비용절감 노력 등을 통해 F-35 대당 가격을 60% 이상 낮췄다”며 “2019~2020년에는 8500만 달러로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F-35 사업에 대해 꾸준히 비판해온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에 취임하면 F-35 사업을 손볼 게 확실시된다”며 “향후 록히드마틴과의 거래에서 우위에 서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F-35 가격이 조정되면 한국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 한국은 2018년부터 4년간 F-35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어서 미국 내 F-35 가격이 내려가면 수혜가 예상된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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