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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문재인 겨냥 “제2 박근혜 나와도 좋다는 호헌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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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포럼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13일 오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소위 ‘제3지대론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안철수 전 대표, 손 전 대표,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 오종택 기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포럼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13일 오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소위 ‘제3지대론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안철수 전 대표, 손 전 대표,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 오종택 기자]

“친박·친노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제3지대로 헤쳐 모이자”고 주장하는 소위 ‘제3지대론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났다. 13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전 대표와 이종걸·박영선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의원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에게 초대장을 보낸 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다.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창립 10주년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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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의 화두는 손 전 대표의 지론인 개헌이었다. 손 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지금 우리 국민과 역사의 명령은 낡은 틀, 낡은 제도, 낡은 시스템과 결별하라는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무소불위한 권한을 없애고 주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자리에 모인 제3지대론자들
손 전 대표 싱크탱크 10주년 행사에
안철수·김종인 등 의원 30여명 참석
손 “7공화국 건설 세력 한데 묶겠다”
안 “개헌 논의 시작할 수 있다”
김부겸 “개헌으로 촛불혁명 완성”

그는 “7공화국 건설에 나설 개혁세력을 한데 묶는 일을 하겠다”며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국가적 대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 구축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취지였다. 그는 특히 “87년 체제 속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는 측은 한마디로 기득권 세력”이라며 “제2의 박근혜가 나와도 좋다. 나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말이야말로 바로 호헌 세력의 진면목이다”고 했다.

손 전 대표 주변에선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공격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창당 작업에 나서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좀 두고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동안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는 “탄핵 정국이 일단락되면 당내 비문(비문재인)계와 국민의당,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 개헌을 명분으로 뭉쳐 정계 개편을 시도하려 들 것”이라고 경계해 왔다.

실제로 탄핵소추안 가결 뒤 안철수 전 대표의 개헌 관련 발언 뉘앙스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안 전 대표는 13일 오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민생 문제와 선거제도 개혁이 먼저”라면서도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틀 전인 11일 기자간담회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 합의를 이루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안 전 대표의 주위에선 “개헌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개헌이 향후 안 전 대표와 제3지대론자를 엮는 접착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가 개헌에 의욕을 보인 데 대해 “손 전 대표가 정당을 초월해 국가를 어떻게 좋은 쪽으로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 테이블을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비문재인계 인사들도 적극적이다. 이날 모임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성공할 수 없는 제도로 확인된 정치제도와 경제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달성도 어렵고 경제 활력도 되찾기 어렵다”며 “대선까지 시간이 없어 개헌을 할 수 없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촛불 시민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돼야 한다”며 “개헌은 정략이 아니라 이미 오래된 우리 사회의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서 정계개편을 인위적으로 도모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글=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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