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료인하는「분위기용」|일·대만보다 상승율 크게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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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가를 잡느냐 못잡느냐 하는 문제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2년부터의 「한자리수 물가」 가 실상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시키느냐 못시키느냐 하는 최초의 관문이 되는 셈이다.
물가를 잡겠다는 목표도 사뭇 틀리다.
82년 당시에는 상승률 10% 미만인 한자리수 물가만 가지고도 대견해했었으나 지금은 도매1∼2%,소비자 2∼3%가 목표다.
목표치 자체가 예전에 비하면 상당한 「저물가」 인만큼 목표에서 다소 어긋나더라도 별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들어 3월까지 우리 물가가 조금씩 이라도 오르는 동안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의 물가가 도·소매를 막론하고 제자리 또는 하락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제경쟁력의 중요한 척도인 우리의 물가는 아직도 매우 높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4월까지의 물가상승률 (도매1·6%,소비자 1·7%)을 보고 적잖이 놀라 「비상」조처에 가깝다고 할 범부처적인 물가정책을 있는 대로 모두 망라해 강력히 시행키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실 물가목표 자체를「성역」 시 할 수밖에 없는 당국의 「강박관념」 도 이번 물가대책방안을 마련하는데 적잖은 계기가 됐으나 저물가 체질을 굳힌다는 것은 흑자기조유지를 위한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우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니 만큼 나쁠 것은 없다.
이번에 마련된 물가대책을 보면 이제 우리도 물가를 잡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어졌구나 하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바로 경상수지혹자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적자시대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원화의 절상· 수입개방· 수입물자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의 수단이 주요정책으로 앞세워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같은 대목이다.
그 같은 수단들이 경상수지 적자의 고통없이 국내물가의 안정에 도움을 주고 가격 경쟁력 제고를 통해 도리어 혹자확대에 기여 할 수 있다는 「좋은그림」을 물가당국이 그릴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물가대책에 포함된 방안 중에는 년초에 이미 발표된 흑자 대책등을 통해 낯익은 것들이 많다.
총통화 증가율 18% 고수, 무역금융축소『소,대기업 여신관리강화,정부보유 주식매각,외채조기상환,외환거래자유화폭의 확대,증시의 안정과 육성,수입자유화폭 확대,원화 절상등이 그같은것들이다.
가장 주목할 것은 역시「원화 절상」 대목이다.
워낙 미묘한 문제라 당국이 드러내놓고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환율운용상 물가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등잠함 으로써 원화의 절상이 더욱 가파른 커브를 그리게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그러나 수입물가와 함께 수출물가를 생각지 않을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 역시 당국의 신중한 운용이 요구되지 않을수 없다.
한편 전기료와 가스료의 인하는 일반대중에게는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물가대책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기 보다 물가 불안 심리를 다잡아 놓기 위한 「분위기용」의 성격이 짙다.
이밖에 공산품 가격의 「감시」 와 10여 개 품목의 가격「자율인하유도」는 물가안정을 위해 매번 동원되는「고전적」인 수단들인데 역시 부분적으로는 무리가 따르는 「물리적」 인 정책으로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분간 업계는 제품가격 인상의 기대를 유보해야할 분위기가 되었으며 일반 국민은 최소한 올해에는 공공요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 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가격의 「억제」 뒤에는 항상 「반등이 있게 마련이고 합리적인 인상요인은 그때 그때 해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보면 역시 중요한 것은 통화·재정 쪽에서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총수요 관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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