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 강공에 야선 장외대응통일정강 처리가 태풍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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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가 열리면 강경신당과 민정당간의 경색 분위기가 다소나마 풀려 대화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열흘간의 국회를 거치고 나니 정국은 더욱 악화의 길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번 임시국회는 상호비방·규탄· 존재부정으로 일관했고 종래 방어적 입장이었던 민정당이 공세로나와 대화 단절 속에 여당일방의 국회운영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보였죠.
이번 국회는 이례적으로 운영과정에서 공식총무회담이 한차례도 없었어요. 여야 합의실적이라고는 기껏 운영위에서 의원 세비인상안 통과, 부총무들간의 대정부질의기간 l일 연장합의가 고작입니다. 「총무회담 전무」 라는 전래 없는 희귀한 기록이 이번 국회의분위기를 찰 대변해주고 있어요.
민정무측은 이번 국회에서 김영삼씨와 신당에대한 강경대응 의지를 충실히 전달했다고 평가하더군요.
다만 민주당이 이번 국회를 양외 투쟁의 징검다리로 활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빗나가는 바람에 對野공세의 强度조절이 잘 안된 것 같아요.
-민정당으로서는4·13결단에 대한 파상공세를 차단하고 양김씨와의 정치는 굿바이라는 기조에서 온건· 신중론이 발들일 수 없었죠.
여권이 새로운 구상, 양김씨를 배제한 정치무대를 설정하기 위한 예비단계로서 이번 국회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 들어와 대화를 표방하면서 여권의 공세에 자제를 보임으로써 4·13이후 대화를 거부한 강경의 주역이 여당임을 입증해 보였고 어느쪽에 파국으로 몰고가는 책임이 있는가를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아울러 민주당 심층부에서는 이번 국회로 대화의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판단과 함께 이것을 근거로 양외 강경투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 같습니다.
-민정당은 당초 민주당의 자제입장을 일시적인 위장전술이라고 보았죠. 그래서 강공으로 나간건데 그러다 보니 민주당에 대한 사법조치 검토 등과 함께 정국은 정치의 전투화라고 할만큼 악화됐어요.
원래 인사개편이 있으면 분위기 일신이라할까, 신선한 자극같은게 있는 법인데 이번국회직과 민정당직의 개편은 별로 그런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강경파·친위세력의 대거 등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번 인사에 대해 민정당의원들도 상당한 실망과층격을 받은것 같습니다.
시국에 대한 강경 대용의지가 잘 나타났다고 볼 수 있죠. 야당의원들은 이번 인사를 보고 퍽 냉소적 반응이더군요.
이번 개편에 이어 개각도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 항간에는 벌써 여러가지 개각설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개각을 할만한 때도 됐죠. 일부장관이 만2년을 넘었고 범양사건 같은 것도 개각요인이라고 할 수 있죠. 인사권자로서도 임기를 마무리하고 정치일정의 추진을 위한 새 팀웍을 짜지 않겠어요.
민주당의 김영삼총재 취임사와 정강정책등을 둘러싼 최근의 기류가 정국에 불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김총재의 취임사에 대해 여권은 몹시 불쾌해하면서도 사법조치를 취하면 유리할 것은 별로 없다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만 정강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단호한 입장입니다.
사법적 제재를 끝까지 관철할 생각은 없더라도 정강정책은 고쳐야한다고 요구하고 경우예 따라서는 실무자의 구속 등 어느 단계까지는 문제를 삼을 작정인 것 같습니다
정강정책이 보안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는데도 4·13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강행한다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면 헌법위원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는 헌법의 규정을 원용하자는 생각이 아니겠느냐고 민주당측은 추측하고 있어요. 예상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까지 내다본 포부인 셈이군요.
여권이 정강정책과 취임사를 문제삼을 때는 사실 4·13조치가 정국의 초점이 되는 것을 피해보려는 양동작전이었다고 보여졌어요. 이번 국회과정을 보면 그런 의도는 제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종교계·대학의 단식·서명 등 여당으로서는 4·13조치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김총재 문제로 슬쩍 회피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양상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정강정책을 정식으로 문제삼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느껴지던데요. 처음에는 전술적 활용을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어느 단계까지는 문제를 삼아 최소한 법적으로 걸어두는 상태까지는 갈 것 같아요.
야권으로서도 취임사나 정강정책을 정작 사법적으로 문제삼으면 불리할게 없다는 판단을 갖고 있읍니다. 민주화한 뒤 올림픽하는게 더 좋다는 말은 누가 보아도 문제될게 없고 오히려 장외투쟁의 한가지 구실이나 분위기 조성을 하리라 보기 때문이죠.
민정당측이 최근 막후협상에서 수정과 해명발언을 요구했지만 金총재의 지시로 민주당측은 일체의 협상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최근 정국은 불길한 현상으로 가득합니다.
경위야 어쨌든 제1야당에 대한 사법조치 문제가 여야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 는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고 작은 문제지만 국회 내 야당 사무실 배정문제로 시비가 이는 것도 전대미문의 일입니다. 60여명의 국회의원을 갖고 있는 정당이 당사가 없어 방황하는 일이나 현역 의원 등이 구속기소되는 일 따위가 모두 비정상이죠.
아닌게 아니라 요즘 정치의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내외의 이목을 개의치 않고 모양이 나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막무가내」식의 정치 행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이런 흐름이 어디까지 갈 것 인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읍니다.
야권은 민정당의 지구당 개평대회가 끝나게될 5월말부터 시· 도지부 결성대회등으로 국민과의 직접대화에 나서 6월10일의 민정당 대통령 후보선출을 퇴색시켜 보자는 속셈 같아요. 여권의 독자적 정치일정이 출발점부터 국민적 저항 속에 강행되도록 할 작정인 것 같습니다.
이번 임시국회를 통해 야당은 어떤 수준의 대화도 하겠다고 했는데도 여권이 대화를 단절하고 사법적 조치운운으로 나온 이상 정면돌파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4·13철회 요구를 위한 재야의 범국민기구 구성에 민주당이 구심점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총재의 측근에서는 여러 여건으로 보아 민주당에는 선택의 여지없는 외길수순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민정당도 야권의 강력한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며 필요할 때는 힘을 사용하면서 개편대회 등을 통해 정책공약등을 발표함으로써 분위기를 이끌어간다는 전략입니다.
어쨌든 정국은 또다시 국민적 고통을 강요하는 무제한의 소모전에 돌입한 느낌입니다. 누구의 잘못 때문에 이런 상황이 또다시 강요되느냐는점을 생각해 보면 정치하는 당사자들의 자기반성과 성찰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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