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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장 지져라 이정현…논개정신 훼손 박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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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다음 날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새누리당 이정현(순천) 대표와 박대출(진주)·김진태(춘천) 의원 등 ‘친박 3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친박들, 지역주민 사퇴 압박 받아
“김진태도 대통령과 동반 퇴진을”

순천 시민들은 지난 10일 이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이정현은 자신이 공언한 대로 손에 장을 지져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탄핵을 이끌어내서 관철시키면 내가 장을 지진다”고 말한 것을 빗댄 것이다. 시민들은 “박근혜의 내시 이정현을 끌어내리자”거나 “간신 호위무사 이정현은 정계를 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효승 순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정현이 결국 순천 시민의 가슴에 장을 지졌다”며 “당장 정계를 은퇴하는 게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사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슬프다! 탄핵을 막지 못했다! 진주 정신, 논개 정신 외치며 호소했는데~’라며 탄핵안 가결을 안타까워했다. 또 ‘사즉생 생즉사인데~ 의혹이 대한민국을 삼켰다! 슬프다!’고 썼다. 이를 본 진주 시민들은 “(박 의원이) 충절의 상징인 논개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 진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논개 정신으로 그네씨 안고 남강 뛰어들기를’ ‘이러려고 진주 시민 됐나. 자괴감이 든다’ 등의 비난글이 쏟아졌다.

10일 열린 진주 시국대회에서 한 고등학생은 자유발언을 통해 “박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읽었다. 슬픈 건 대한민국 국민이지 당신이 왜 슬프냐”고 반문했다. 진주 시민들은 이날 집회 뒤 박 의원의 사무실까지 행진을 하며 ‘박대출 퇴출’을 외쳤다. 박 의원 측은 11일 “논개 정신 글에 대해 얘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춘천이 지역구인 김진태 의원에 대한 사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 있다”고 언급해 비난을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내가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김 의원은 “용케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헌재(헌법재판소)에 가면 (탄핵안이) 기각될 겁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게 헌재의 입장입니다.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글을 본 시민들은 분노했다. 지난 10일 춘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김진태 사퇴’를 외치며 대통령과의 동반퇴진을 요구했다.

순천·진주·춘천=최경호·최은경·박진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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