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TV "교양 프로그램 강화"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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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한햇동안 줄곧 오락프로그램들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교양프로그램들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온 KBS와 MBC의 TV편성이 1년이 지잔 현재 제자리걸음 내지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서머타임 방송체제에 돌입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의 KBS제1, 제2TV및 MBC-TV의 편성을 비교 (평일은 저녁 7시대 이후 성인대상 프로그램 편수·주말은 종일 성인대상 프로그램 편수를 기준)해본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저녁7시∼심야까지의 이른바 황금시간대에 몰려있는 드라머·쇼·오락·코미디·영화 등 「오락프로그램」은 3개채널을 합쳐 무려 68편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5월의 56편보다 21%가 증가한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양프로그램은 지난해 23편에서 3편이 줄어든 20편인 것으로 집계됐다.
오락프로그램 편수의 증가를 채널별로 분석해보면 ▲KBS 제1TV만이 유일하게 변동이 없고 (16편→16편) ▲KBS 제2TV는 19%가 증가했으며 (21편→25편) ▲MBC TV는 무려 42%가 늘어난 (19편→27편)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양프로그램의 감소는 KBS 제2TV가 가장 심각, 지난해 5편에서 60%가 줄어든 2편만이 남아 있다.
오락프로그램편수를 부문별로 분석해보면 ▲드라머는 10%가 증가했고 (23편→25펀) ▲쇼·오락·코미디는 16%가 증가했으며 (25편→29편 )▲영화는 무려 75%가 증가 (8편→14펀)했다. 특히 영화의 경우 KBS 제1TV가 2펀, KBS 제2TV가 1편,
MBC-TV가 3편씩 각각 늘어난 올해 5월 현재 정규편성된 영화들을 보면 『미니시리즈』 『수요명화』 (이상 KlTV) 『A특공대』 『토요명화』(이상 K2TV)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 『출동! 에어울프』 (이상 M-TV)등 14편이 난립하고 있으며 여기에 어린이만화영화 합치면 20편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중반 잠시 주춤했던 오락프로그램들이 올 들어 다시 상승일로를 걷게된 것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드라머 작가·탤런트 스카웃 소동에 이어 올해 3∼4월 양 TV간에 벌어진 치열한 편성전 및 그에 따른 시청률 경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청률 경쟁현상을 진딘해 볼 때 KBS의 경우 지난해 시청료 거부운동으로 큰 타격을 받은 수입상의 결손을 광고수입으로 보충키 위해 2TV의 오락프로그램들을 확대·강화했기 때문이며 이 같은 분석은 『공영방송도 재미있지 말란 법이 있느냐』는 KBS간부의 공개적인 발언에 의해 뒷받침됐다. 그러자 시청률경쟁에서 단연 우위를 달려온 MBC측도 불안감을 느껴 KBS에 질세라 오락프로그램들을 크게 늘렸다.
양TV의 공약에 역행하는 이 같은 오락프로그램의 홍수는 특히 관계당국마저 방관하고 있어 개성없이 비슷비슷한 오락물로 치닫는 TV의 경박화는 당분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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