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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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상이 어수선 해서 그런지 살인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또 너무 쉽게 일어난다.고교때 선생님에게 꾸중들은 것을 앙갚음 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 갔다가 은사의 누이동생을 살해하는가 하면, 20대 젊은이들이 카페에서 술을 마시다 주인을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늘 있어 았던 것이지만, 경기도 화성의 한적한 어느 마을에서는 4건의 연쇄폭행 살인사건이 미궁에 빠져 있는 터에 또 같은 수법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 때문에 그곳 경찰서장이 직위해제까지 되었지만 사건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세상은 더욱 어수선하다.
도대체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살인사건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가.
미국 미시간주 웨인대의 정신과의사인 「태니」교수는 살인범 56명을 분석한 흥미있는 보고서를 낸일이 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살인범의 3분의2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모진 매를 맞고 자랐다. 이 수치는 매를 맞지 않은 사람보다 6배나 많았다.
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설을 뒤덮고 살인은 평소 얌전하게 보이는 모범시민이 어이없게 저지르는 쪽이 84%나 된다.
범행장소도 일반적으로 으슥한 곳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집안이 58%나 되고 집 밖과 차 속이 각각 11%, 사업양 19%, 술집 6%, 교도소 안이 뜻밖에 4%로 나와있다.
그리고 피살자와 범인의 관계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의외로 많다. 즉 배우자나 친지가 각각 30%, 잘 모르는 사람 15%, 애인 14%, 친척 11%로 대부분의 살인사건은 면식범에 의해 이루어진다.
워싱턴대의 정신과의사 「블랙먼」교수는 살인사건중 우발적 살인자 43명을 정신감정한 결과 그 살인심리의 특성을 대인관계가 무능·부적절하다는 느낌,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고립감, 심한 불안정감, 성적 주체성의 혼동, 분노와 원한을 쉽사리 노출시키는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법무부에서 85년에 펴낸 『범죄백서』를 보면 75년에 5백66건이었던 살인사건이 84년에는 5백81건으로 2.7%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건자체는 더욱 흉포화되고 있다.
이번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피살자는 모두 범인과 평소 잘 모르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나 모두가 젊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적 충동이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하루 속히 범인을 잡아모든 사람들에게 속시원한 꼴을 좀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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