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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북한은 어떻게 국제사회를 기만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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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특파원이 추적한 북한 핵
주섭일 지음, 사회와 연대
325쪽, 1만8000원

17년 간 파리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유럽 현장에서 목도한 운좋은 언론인으로 통한다. 소련 해체와 동서독 통일, 북미 제네바 핵 합의 등의 기록을 취재수첩에 꼼꼼히 남겼다. 1995년 귀국 뒤 그는 쓸모가 없어졌다며 수첩을 쓰레기통에 버리려했다고 한다. 북핵 해결과 통일에 대한 희망이 넘쳐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예상과 너무 달랐다. 북한에는 세습독재가 버티고 있는데다 핵 위협으로 한반도에는 평화가 사라졌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귀국 후 나는 불안과 분노의 나날을 보냈다”고 고백한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북한의 핵 도발과 김정은의 3대세습 전제군주체제를 꼽는다. 이 책이 북한이 어떻게 국제사회를 기만하면서 핵무장을 추진해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반도 통일의 모델로는 통독 사례가 제시됐다. 독일 통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겐셔 외상과의 특별회견 때 저자가 느낀 소회 등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라 관심을 끈다.

저자는 얼마 전 숨진 쿠바의 최고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지난해 8월 미국에 에볼라 공동퇴치를 제안했던 일을 ‘아름다운 협력’이라고 평가한다. 전염을 두려워하며 국경을 폐쇄했던 북한의 태도에는 비판을 가한다. 퇴행적 행보를 보이는 김정은에 대해 저자는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25년 전 언급을 빌려 경고한다. “역사는 뒤처지는 지도자를 벌한다. 역사는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자를 엄하게 응징하는 것이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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