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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요구불 예금 5천억 늘고 증시 예탁금 2천억 빠져나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뭉칫돈들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하는 현상이 지나치게 심하다.
이른바「핫머니」는 원래 그 같은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넘쳐나는 통화를 제대로 주체하지 못하는 통화 당국의 임기 응변식 각종 조처들이 돈의 흐름을 한줄기로 꾸준히 잡아나가지 못하고 각종 통화관련 지표들을 춤추게 만들고 있다.
6일 한은이 발표한 4월까지의 통화 동향에 따르면 지난 1∼3월간 5천5백67억원이나 줄어들었던 은행의 요구불 예금이 4월 한달 동안에 5천4백13억원이나 늘어나는 극심한 반전 현상을 보였다.
반대로 같은 기간 1∼3월중 4천51억원이 늘어났던 증시 예탁금이 4월중 2천억 가까이 빠졌고, 특히 4월말의 삼화전자·삼성 항공 등 4개사의 공모주 청약 때 무려 1조74억원의 청약자금이 몰렸던 것을 감안하면 이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뭉칫돈들이 어떤 돈들인지는 쉽게 알수 있다.
한마디로 「증시안정」대책같은 것이 나오면 증시가 「급냉」으로 치닫고 규제를 완화할때는 하루만에 주가지수가 10포인트 가까이 뛰어오를 만큼 뭉칫돈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그만큼 통화 관리상의 불안요인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총통화 관리도 마찬가지여서 4월중 『무역신용축소로 인한 장단기 외채 상환과 부가세 납부 등으로 덕도 보았지만 각 은행별로 엄격하게 여신한도를 규제한 결과 올들어 한때 20%를 넘었던 총통화 증가율은 4월중 17%를 기록, 그동안의 증가세에서 크게 둔화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총통화 증가율은 다스려 잡았지만 자금의 흐름은 여전히 순탄치 못해 4월중 전국 어음부도율은 조선공사 등 대형부도를 반영, 3월보다 다시 0.02% 포인트 높은 0.12%에 달했고 국채 수익률도 13.01%로 한달새 다시 0.76% 포인트가 올랐다.
그때그때 은행이나 단자사, 증시만을 바라보고 풀거나 틀어막는 단편적인 통화관리에서 벗어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통화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갈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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