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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경제성보다 정치논리에 휘어진 고속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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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철도 노선과 역사(驛舍)는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꽤 된다. 호남고속철도 노선과 충북 오송역 결정 과정이 대표적이다. 호남고속철도 노선 갈등은 정부가 1994년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천안을 유력한 분기(分岐)역으로 고려했다. 경부고속철도 천안·아산역에서 분기해 충남 공주 지역을 관통, 호남으로 연결하는 노선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호남선, 충북 반발에 분기점 변경
충남 원성 무마하려 공주역 신설
“지역 이해 조정 시스템 마련해야”

하지만 분기역을 놓고 지역은 대립했다. 충남과 호남은 분기역으로 천안·아산역을, 충북은 오송역을 주장했다.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 등 호남지역 자치단체장들은 천안 분기를 주장했다. 충남도 역시 “오송에서 분기하면 천안 분기에 비해 거리가 22.1㎞길어지고, 운행시간도 11분 30초가 더 걸려 연간 2000여 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했다. 하지만 충북도는 “오송 에서 분기하면 기존 철도망인 충북선·중앙선·태백선 등과 연계 이용이 가능해져 국토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충북 지역에서 “오송역에서 분기 하지 않으면 경부선 철길을 막겠다”고도 했다. 그러자 정부는 분기역 후보지를 오송역, 천안·아산역, 대전역 등 3곳으로 정하고 평가를 실시했다. 정부는 결국 2005년 6월 충북 오송역을 분기역으로 결정했다.

오송역 분기가 결정되자 충남은 반발했다. 충남 정치권이 나서 “충남에 호남고속철도 역사가 한 곳은 있어야 한다”며 공주역 설치를 주장했다. 공주시 이인면 신영2리에 자리잡은 공주역의 위치는 2006년 호남고속철도 건설기본계획 수립과 동시에 확정됐다. 현재 공주역은 오송역에서 43㎞, 익산역과는 45㎞ 떨어져 있다. 공주역 주변은 한적한 농촌마을이다. 당연히 이용객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역사 위치를 정할 때 역세권 개발 등이 이뤄지면 하루 2000명 이상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이와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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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육동일(자치행정학) 교수는 “지역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가정책은 관련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상태에서 지역민이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쳐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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