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NL 알렉 볼드윈 "트럼프가 세금 환급 내역 공개하면 풍자 그만하겠다"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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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BC 방송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역할을 맡은 배우 알렉 볼드윈(58)이 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세금 환급 내용을 공개하면 풍자를 그만두겠다”라고 트럼프에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방송된 SNL에 대해 트럼프가 “SNL을 보려고 했는데, 눈 뜨고 볼 수가 없다(Unwatchable)! 완전히 편향되고 재미도 없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볼드윈이 언급한 ‘세금 환급(tax return)’은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0월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불거진 그의 세금 회피 논란을 일컫는다. 당시 NYT는 “1995년 소득신고 당시 9억1600만 달러(1조100억원)의 손실을 신고한 뒤 이를 빌미로 최대 18년간 소득세를 합법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트럼프 측은 “불법으로 확보한 자료”, “적법하게 절세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면서 선거구도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기울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볼드윈은 이걸 다시 끄집어내 끝까지 조롱한 것이다.

트럼프가 SNL과 설전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가 당선된 뒤인 지난 11월 19일에도 SNL은 정부 인수 과정에서 크게 곤혹스러워하는 트럼프를 희화화했다. 트럼프 역할의 볼드윈이 최측근 참모인 캘리앤 콘웨이 역할의 여성과 나와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물리칠 묘수를 찾는다며 구글에 ‘IS가 뭐지(what is ISIS)’라고 검색한 뒤 “5800만개의 검색결과가 나왔잖아!”라며 절망하는 모습 등을 담았다.

그러자 트럼프는 다음날 곧장 “SNL의 일부를 봤다. 그건 완전히 일방적이고, 편견투성이의 쇼다. 전혀 재미도 없다”라고 혹평을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처음부터 SNL을 비난한 것은 아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던 2015년 11월 7일엔 트럼프가 직접 SNL에 호스트로 등장했다. 방송 이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SNL 티켓은 이 대단한 쇼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쇼의 출발이 매우 좋다”고 자평했다. 다음날엔 다시 한 번 “SNL에서 놀라운 밤이었다”라거나 “어젯밤 매우 즐거웠다”라고 재차 올리기도 했다.

이런 트럼프의 태도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SNL은 대통령의 희화화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SNL을 조롱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SNL을 도저히 못봐주겠다고 트위터에 올렸는데, 그러면 왜 SNL을 보는 걸 그만두지 않는가”라고 그의 태도를 지적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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