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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탄핵 정족수 채울 것” 대통령 면담도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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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차 촛불 민심에 놀란 새누리당 비박계가 4일 야당이 주도하는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후 ‘4월 퇴진, 6월 대선’으로 선회했던 비박계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29명 모여 4시간30분 격론
“대통령 대답 듣는 것 무의미
여야 합의 안되면 탄핵 표결”
김무성도 “탄핵 갈 수밖에”

비상시국위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오후 6시 총회 직후 “여야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그럼에도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대통령의 (4월 퇴진) 입장 표명과 별개로 9일 표결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오늘 참석자는 29명이지만 (9일 당일) 탄핵 가결 정족수는 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박계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은 “나는 대통령의 약속이 아니라 여야 합의가 탄핵 표결의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여야 합의가 안 되면 8일 탄핵안이 보고되고 9일 표결이 될 테니 우리도 들어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국·심재철·김무성·김재경·주호영·유승민 의원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새누리당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국·심재철·김무성·김재경·주호영·유승민 의원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김무성 전 대표도 총회에서 "보수우파의 분열을 막기 위해 타협을 모색했지만 이젠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6차 촛불집회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4월 말 퇴진을 약속하면 불참하겠다”고 했었다. 김 전 대표는 다만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협상하지 않고 거리에서 국민 분노를 부추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야당의 협상 참여를 촉구했다.

비박계는 이날 실무회의와 총회를 잇따라 열며 4시간30분 동안 탄핵 표결 참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결국 탄핵 참여로 U턴한 것은 “6차 촛불 민심을 확인한 이상 대통령의 대답을 듣는 게 무의미하다”는 의원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김영우 의원은 “대통령 퇴진 문제를 청와대와 타협할 순 없다”며 “국회의원이 양심과 3권 분립에 따라 표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는 이날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비공식 요청한 박 대통령과의 면담 제의도 거부했다. 황 의원은 “청와대에서 공식적인 면담 요청을 하더라도 이 만남은 적절치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9일 탄핵안 가결 캐스팅보트를 쥔 비박계가 탄핵 열차 탑승으로 다시 입장을 바꾸면서 주류 친박계의 입지는 좁아졌다.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 당론으로 채택해 박 대통령을 설득해 온 친박계가 표결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이다. 친박 핵심인 정갑윤 의원은 “나는 친박 주류 모임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우리는 전원 의원직을 사퇴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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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전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비상시국위가 친박들과 적당히 타협하면 똑같이 폐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며 탄핵 동참을 압박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대표 취임 100일 메시지를 통해 “새누리당 의원들께는 마지막까지 민심과 양심에 따른 역사적 동참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피의자 대통령이 국민의 즉각 퇴진 명령을 거부하고 있으니 국회의 권한으로 탄핵하여 직무정지부터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헌법 절차는 탄핵뿐”이라며 “탄핵 열차의 티켓은 아직 남았으니 박 대통령과 결별하고 국민과 함께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글=정효식·채윤경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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