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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오색빛 하늘 나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는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날은 추워지고 해는 저물가니 따스한 것이 그리워지고 그리운 얼굴이 생각난다. 지난날의 그리운 사람을 더욱 떠오르게 하는 노래가 바로 이 ‘얼굴’ 이다.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과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사무치게 한다. 노래에는 ‘오색빛 하늘 나래’라는 구절도 나온다. ‘나래’에는 어릴 적 아름답고 무한했던 꿈이 서려 있다.

‘나래’는 시어로 많이 쓰이는 낱말이다.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와사등, 김광균),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그의 반, 정지용), ‘북쪽 하늘에 나래를 펴고 싶다’(황혼, 윤동주) 등 수없이 많다.

하지만 ‘나래’는 과거엔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나래’를 ‘날개’의 방언으로 취급했다. 시어로 많이 쓰였지만 일반 글에선 ‘날개’로 적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올해 초 국립국어원은 관련 심의를 거쳐 ‘나래’를 표준어로 인정했다. “흔히 문학작품 따위에서 ‘날개’를 이르는 말. ‘날개’보다 부드러운 어감을 준다”고 다시 정의해 사전에 올렸다.

따라서 지금은 일반 글에서 써도 문제가 없다. ‘희망나래’ ‘푸른나래’ ‘환경나래’ ‘사랑나래’ ‘지식나래’ 등 ‘나래’를 활용한 다양한 말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어딘지 문학적인 꿈과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좋은 어감으로 다가온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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