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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메시지 들고 갔나, 시진핑·왕치산 환대받은 키신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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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왼쪽)이 2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로이터·신화=뉴시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왼쪽)이 2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로이터·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국 외교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93) 전 미 국무장관과 만났다. 미국 공화당 출신의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달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도 만나 미·중 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자문에 응했다. 키신저 전 장관이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를 시 주석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시진핑 “미·중 신형 대국관계 기대”
키신저 “난 중국의 오랜 친구” 화답
왕치산이 쿠션 건네는 사진도 화제

 시 주석은 “키신저는 미·중 관계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적극 공헌했다”며 “양국은 제로섬 사고를 버리고,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존중과 협력 공영하는 신형대국관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고위층 각 영역의 밀접한 왕래를 계속해 경제·무역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중요한 국제·지역 문제에서도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의 오랜 친구로 시 주석과 다시 만나 감사하다”며 “미국 신정부도 미·중 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상호 이해와 협력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키신저 전 장관이 전날에는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회담했다”고 밝혔다.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오른쪽)가 1일 키신저 전 장관에게 쿠션을 건네는 모습. [로이터·신화=뉴시스]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오른쪽)가 1일 키신저 전 장관에게 쿠션을 건네는 모습. [로이터·신화=뉴시스]

 왕치산 서기는 1일 댜오위타이(釣漁臺) 국빈관 회동에서 93세 고령인 키신저에게 쿠션을 건네며 배려하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왕 서기는 “민심의 향배가 공산당 집정(통치)의 정치적 기초”라면서 지난 10월에 열린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 논의된 ‘전면적인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의 내용을 설명했다고 인민일보가 2일 보도했다. 키신저는 “중국 공산당이 반(反)부패 방면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며 “미·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공헌하길 희망한다”고 밝혀 모종의 역할론을 암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이 시진핑·왕치산과 회동했을 뿐 서열 2위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내년 19차 당대회에서 7상8하(67세 승진, 68세 퇴진) 관례를 깨고 왕치산 유임설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매우 결단력 있는 대통령”이라고 호평했다. 또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對中) 관계를 ‘B+’로 평가했다. 키신저는 “B+는 현재 미·중 관계로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면 낮은 점수”라며 “(오바마는) 미·중 간 장기적인 관계에 현저한 공헌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정상 채널을 제외하고 미·중 간 가장 핵심적인 소통 채널로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로 불린다. 1949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601명의 해외 ‘라오펑유’를 두고 있다. 일본이 111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55명으로 2위, 영국·프랑스 순이다. 한국 라오펑유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우중 전 대우회장, 이만섭 전 국회의장, 박근혜 대통령 모두 4명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라오펑유 호칭 사용을 크게 줄였다. 인민일보는 이번 키신저 방중에도 라오펑유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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