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최태민 관련 의혹도 수사할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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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64) 특검이 고 최태민(1994년 사망)씨에 관한 문제들도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박 특검은 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태민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범죄가 발생했고, 범죄의 원인이 됐다면 들여다보겠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유사 종교적인 문제로 여러가지 사건이 파생됐다는 게 밝혀지면 당연히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태민씨는 최순실(60·구속 기소)씨의 부친이자 사교인 영세교 교주였다. 이와 관련 이번 국정농단 사건 초기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 시절 최씨의 ‘영세교’에 빠진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 대통령이 수십 년 전부터 최씨 일가에 부당한 힘을 실어줬고, 이번 국정농단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1987년 발생한 육영재단 분규 사태가 이번 국정농단의 판박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당시 육영재단 이사장은 박 대통령이었지만 뒤에서 최씨가 사실상 전권을 쥐고 부정재산 축적 등 전횡을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 특검이 최순실 일가의 수천억대 재산 형성 과정도 조사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태민씨에 대한 조사를 하다 보면, 최순실씨가 부친으로부터 물려 받은 재산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재산들이 범죄 수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또 최씨 집안의 재산이 범죄행위의 결과라는 증거가 나오더라도 부정축재 과정에서 처벌받은 적이 없는 최씨의 유산을 몰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통상 몰수나 추징 명령은 부정한 재산을 형성한 원인이 되는 범죄에 대한 형의 선고와 함께 내려지고 형 확정 후 3년 내에 집행되지 못하면 효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박 특검은 특검수사팀장으로 요청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에 대해 "본인이 고사를 했는데 내가 강권했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결국 윤 검사도 불의를 수사하는 것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맞다. 그 사람도 검사다"고 답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특검보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박 특검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검찰총장 했던 사람이 특검보로 온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서울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에서 특검팀 인선 작업을 한다. 그는 "오늘 중으로 검사 10명 정도에 대한 파견 요청을 할 것"이라며 "기존 특수부에 있던 부장 검사급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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