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발적 촛불 불가능…점조직 있을 것” 민심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친박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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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이틀 연속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친박계와 비박계는 정면충돌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30일 의총 개회사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 논의와 관련, “퇴진 시기 결정을 국회에 맡긴 대통령의 속뜻이 꼼수든 아니든 간에 국회가 여야 합의로 대통령 사임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며 논의 주제를 집중시키려 했다. 하지만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엔 친박·비박이 다시 본격적으로 대립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틀 연속 열린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들이 전한 발언 주요 내용이다.

“지지율 5%로 내려간 건 오보 때문”
의총서 대통령 감싸기, 언론 탓 여전

▶친박계 김진태=“(공산주의 세력이 침투해 있는) 일본 JR노조(철도노조) 사람들도 촛불집회에 나와 광화문을 누볐다. ‘보수 불태워버리자’는 얘기 나오는 게 순수한 집회인가.”

▶친박계 김종태=“오후 8시에 일시적으로 촛불을 끄는 일도 있었다. 점조직이 활동하지 않고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온 집회라면 가능했겠나. 저 사람들은 헌법이고 뭐고 남북통일 이후에 영원히 집권하려는 생각뿐이다.”

김진태 의원은 “바람 불면 촛불도 꺼진다”(1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고 주장했다가 LED촛불을 등장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촛불민심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비박계 김학용 의원은 “나처럼 안보의식이 보수적인 사람도 트랙터까지 끌고 서울로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올라오는 사람을 이해하게 됐다”고 반박했지만 친박계 의원들에겐 울림이 없었다.

대통령 감싸기, 언론 탓도 여전했다. “그만한 흠도 없는 대통령이 어딨느냐”(김종태)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오보를 터뜨리는 언론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5%까지 내려갔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폭발한 계기는 최순실씨 태블릿PC로 대통령 연설문과 외교일정 문건이 유출된 사실이 드러난 JTBC 보도(10월 24일)였다. 다음날 박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는데도 친박계 의원들 시각은 달랐다.

이완영 의원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탄핵 사유(모니카 르윈스키 성추문 사건 관련 거짓말)를 우리 국민들이 들으면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반발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역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모으면 너무 많아서 책 한 권은 쓸 정도”라고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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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약 965㎞ 떨어진 곳에 갈라파고스섬이 있다. 일부 친박의원들의 발언은 민심에서 유리돼 있는 갈라파고스식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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