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도 마음놓고 못마시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성수기를 앞두고 요즈음 소비자들은 청량음료에 대한 의혹과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불과 한달 남짓 사이에 청량음료를 마시고 독물 중독증세를 일으킨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5일 서울 수유동에 있는 한 목욕탕에서 모회사 제품의 청량음료를 사마신 목욕객이 입안에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한 뒤 부산·인천·제주에서 잇따라 음료수 중독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5일에도 다섯번째로 인천에서 또 다른 음료를 마신 남매가 의식을 잃은 사고가 있어 소비자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10일에는 수원에서 맥주를 마신 사람이 구토를 일으킨 사건이 일어나 독물중독사건의 범위는 주류로까지 확대되는것 같다.
이렇게 청량음료 중독사건이 연발하자 소비자들 사이에는 청량음료에 대한 전반적인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달 사이에 전국의 청량음료 판매고가 종류에 따라서는 10∼20%까지 격감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 청량음료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렇듯 중독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에서 발생한 사건이 청량음료 때문이 아니라 연탄가스 중독이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뿐 그밖의 일련의 중독사건에 대해서는 그 원인규명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번 사건들의 공통된 특징이 종래의 비슷한 사건때와는 달리 제조회사에 대한 협박이나 금품요구등이 없다는 점에서 수사가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청량음료에 독극물이 들어 있었다는 분명한 사실과 그로 인해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얼버무릴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사건이 계속되면 청량음료 자체에 대한 불안뿐만 아니라 식품 전반에 대한불안으로, 나아가서는 사회불안으로까지 확대될 위험성 마저 부인할수없을 것이다.
수사당국은 제조과정과 유통경로등 두가지 방향으로 수사를 펴고있다고는 하나 진전은 전혀 없다. 한달이 넘도록 속발되고 있는 사건에 범인수색은 커녕 독극물의 유입경로 자체의 규명조차 못하고 있데서야 말이 되겠는가. 미온수사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시국사범 색출이 중요한 과제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불특정다수 국민의 인명에 위해를 가하고 식생활 자체를 불안케 하는 얼굴 없는 음해범을 밝혀서 잡아내는 일도 이에 못지않게 화급하므로 수사에 총력을 집중하길 바란다.
해당 제조업체에서는 청량음료 제조공정이 전자동·양산체제임을 내세워 이물질 유입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안에 대한 면책만이 능사는 아닐것이다. 청량음료 독물중독 사건으로 1차적인 피해는 소비자가보겠지만 결국 제조업체도 판매감소라는 엄청난 피해가 돌아가게된다.
청량음료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해소와 신뢰회복을 위해 해당업계에서도 자체조사를 보다 철저히 하여 만의 하나 허점이 없는지 거듭 점검하고 수사에 협조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