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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친박’마저…“박 대통령, 정국 해법 국회에 맡겨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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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순실 국정 농단 친박들 명예퇴진 건의 파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지난 2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탄핵 관련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해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는 말”이란 표현으로 비판을 받은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사진 강정현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지난 2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탄핵 관련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해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는 말”이란 표현으로 비판을 받은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사진 강정현 기자]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28일 오찬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기 단축과 명예퇴진을 건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이른바 ‘절대 친박’이다.

최경환은 “다양한 해법 논의했을 뿐”
이정현 “명예퇴진 다 찬성 아니다”
일각선 ‘탄핵 물타기 아니냐’ 의심도

오찬에 참석했던 홍문종 의원은 “박 대통령이 발표할 대국민담화에 친박계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전달’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친박계의 이런 제안을 박 대통령으로선 압박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이날 회동 참석자들에 따르면 처음부터 의견이 ‘질서 있는 명예퇴진’으로 모아지진 않았다. 정우택 의원은 “‘사태가 탄핵으로 급속도로 치닫고 있는데 우선 대통령에게 어떤 건의라도 해서 탄핵으로 가지 않는 게 낫지 않으냐’는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됐다”며 “처음엔 부결 가능성이 있는 탄핵이 차라리 낫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다가 서청원 의원이 명예퇴진론의 총대를 메고 나섰고, 결국 의견이 모아졌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명예퇴진을 포함해 현 정국의 해법과 일정을 국회에 백지위임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며 “다음에 발표한 담화에 ‘내 임기를 단축할 테니 국회와 여야 정치권에서 안을 내달라’는 내용을 담으라는 건의”라고 말했다.

서 의원과 가까운 한 친박계 의원은 “박 대통령으로선 어떻게든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는 피해야 하고, 그렇다면 질서 있는 퇴진 카드밖에 없지 않느냐”며 “그래야 당장 탄핵하자는 새누리당 비주류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또 다른 축인 최경환 의원과 이정현 대표처럼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이들도 있다. 모임에 참석했던 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임기 단축과 명예퇴진을 포함, 당을 위해서나 대통령을 위해서나 융통성 있는 다양한 해법을 논의될 때가 됐다는 취지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퇴진만 콕 찍어서 건의키로 한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정현 대표도 “다 (명예퇴진에) 찬성한 것도 아니고 몇 사람이 그런 것 같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자발적인 퇴진에 강력히 반대해온 친박계 핵심들 다수가 명예퇴진을 주장했다는 것 자체가 일단 정국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탄핵을 향해 달려가는 정치권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친박계 의원들의 결단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빠르면 2일, 늦어도 9일 탄핵안이 의결된다면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시대의 역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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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의 모임 결과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양분돼 있다. 임기 단축과 명예퇴진 건의에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 아니면 새누리당 내 비주류를 설득하거나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 정국의 속도를 떨어뜨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냐를 두고서다. 이날 참석자들의 토론 과정에선 김무성 전 대표 등 비주류 리더들이 선호하는 개헌 연계론도 언급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개헌과 임기 단축 문제를 잘 정리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박계의 입장은 29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일단 김무성 전 대표 주변에선 “탄핵을 피하려면 빨리 임기 단축 입장을 밝히는 게 급선무”란 의견이 나온다.

글=서승욱·박유미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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