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동양인의 7가지 감정 표현|예측불허의 승부에 "희·비" 가장 강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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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스포츠 각 종목 가운데 야구가 동양인의 희로애락 등 7가지 감정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경기라는 이색 주장이 나왔다.
야구전문자유기고가인 중국계미국인 「슈」 씨는 중국인이 보는 인간의 7가지 감정은 인간사를 표현하는 것이며 스포츠는 인간드라머의 축소판이라고 전제하고 특히 야구는 이같은 7가지 감정이 골고루 포함된 가장 인간적인 경기라고 주장했다.
「슈」씨는 이 7가지 감정을 다음과 같이 야구와 관련시켜 설명했다.
기쁨
스포츠경기가 끝난 후 모든 참가선수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며 기뻐한다.
특히 야구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패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 승자의 기쁨은 특히 강렬해 가장 인간의 원초적인 기쁨을 그대로 표출하게 된다.
분노
홈런을 치고도 패배했을 때의 홈런타자의 분노는 대단하다. 경기에 지고서 상대편 팀에 대한 관중의 열광을 본다는 것은 선수로서 분하지 않을 수 없다. 야구에서 기쁨이 큰 만큼 분노도 크다.
슬픔
8-2로 리드한 상황에서 주자 7명을 내주고 패배했을 때의 투수의 슬픔은 상상이 가능하다. 패배한 투수가 경기가 끝난 후 공을 공중 높이 던져올리며 자신의 슬픔을 표시할 때 이것은 가히 그리스 비극을 보듯 감동적이다.
공포
타자석에 올라선 타자치고 공포감 없는 선수는 드물 것이다.
특히 9회 말 한 점 차로 뒤진 상태에서 투 아웃 후 등장한 타자의 팔·다리가 공포로 떨리지 않는다면 그는 정말로 초인이 아닐 수 없다.
사랑
야구에서 감독과 선수, 선수와 선수, 그리고 선수와 팬과의 상호 교감은 지고한 인간사랑의 한 모습이다. 특히 병상의 「베이브·루드」를 찾아간 어린이 팬의 문법이 보여준 사랑은 두고두고 기억할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증오
야구에서 팬들의 팀별 선호도, 다시 말해 자기가 좋아하는 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에 대한 미워하는 감정은 인간본성의 또 다른 단면이다. 또 특정선수나 심판·감독에 대한 팬들의 지나친 증오감은 경기 중 야유로 잘 나타나고 있다.
욕망
야구선수, 특히 프로선수 가운데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비정상이다.
자신의 경기실적 여하에 따라 수백만 달러가 오간다는 사실을 아는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돈과 관련돼 있다면 이것 역시 인간사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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