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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J카페] "이건 정말 나쁜 질문같네요" 구글 면접질문에 쩔쩔맨 구글 회장님

중앙일보

입력

에릭슈미트 알파벳 회장. [사진 블룸버그]

에릭슈미트 알파벳 회장. [사진 블룸버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알려진 구글. 매년 전세계 200만 명 이상의 인재들이 구글에 입사원서를 낸다. 치열한 경쟁률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바로 구글의 까다로운 면접시험이다. 일명 ‘브레인 티져(Brain-teaser)’라고 불리는 수수께끼인데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해야하는 퍼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임직원들이 구글 입사 시험을 치른다면 1~2%만 겨우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탄했을 정도다.

실제 최근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61) 회장이 구글 면접 질문에 진땀을 빼는 일이 벌어져 새삼 화제를 모았다. 슈미트 회장은 2001년부터 2011년 4월까지 10년 넘게 구글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구글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에릭슈미트 알파벳 회장. [사진 블룸버그]

에릭슈미트 알파벳 회장. [사진 블룸버그]

슈미트 회장은 지난 12일 미국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콘퍼런스 ‘서밋 앳 씨(Summit at Sea)’에서 연설을 한 직후 한 참석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 참석자는 구글에 지원했다가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자신을 당혹스럽게 한 질문을 똑같이 던졌다.

그가 전한 질문은 “당신이 해적선의 선장인데 금 한 상자를 발견했다. 해적들이 이 금을 어떻게 나눠가질지 투표를 하기로 했다. 만약 당신이 제시한 배분 방안에 절반 이상이 지지하지 않으면 당신은 죽는다. 당신이 목숨을 건지면서 충분한 몫의 금까지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보라”였다.

슈미트 회장은 즉시 질문을 다시 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 어디 한번 수학을 해보죠. 만약 절반이 죽는다면, 아니지 내가 죽는다면…아 그게 아니라 해적들이 날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죽는 거죠. 이건, 마치, 이건 정말 나쁜 질문인 것 같네요.”
그는 구글이 낸 질문을 ‘나쁜 질문’이라고 한 뒤 고심 끝에 결국 '적당히 그럴싸한(half-decent)' 답변을 내놨다. 슈미트 회장은 “내가 보기엔 해적 절반 이상이 행복하다면 내가 살아남을 것 같군요. 그렇다면 해적 49%에겐 인터넷 회사의 주식을 주고 51%에겐 금을 주면 어떤가요”라고 제시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인 쿼츠(Quartz)는 슈미트 회장조차 구글의 입사 시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 구글 지원자들도 위안을 받을 것이라며 구글의 난해한 면접 질문을 꼬집었다.

사실 구글의 면접 질문은 수학적인 지식과 논리, 창의력을 함께 요구하는 것이 많다. 일례로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소개된 구글의 입사 질문 중엔 ‘스쿨 버스 안에는 몇 개의 골프공이 들어갈 수 있는가’란 문제가 있다. 이 매체는 바람직한 답변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버스의 폭을 8피트, 높이를 6피트, 길이를 20피트라고 가정하면 버스의 부피는 960피트가 되고, 1피트 세제곱은 1728인치이므로 버스의 부피는 인치로 환산해서 약 160만 인치가 된다. 골프공 하나의 부피를 2.5 세제곱 인치라고 하면 결국 버스의 공간 160만 인치 나누기 골프공의 부피 2.5인치는 약 66만이 나온다. 여기에서 버스 내부의 의자, 손잡이 등의 기구가 차지하는 공간을 대략 제외하면 약 25만 개의 골프공이 들어간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쿼츠는 구글 면접에서 나오는 이런 질문들이 입사 희망자 중 옥석을 가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쿼츠는 구글의 입사 시험이 여전히 창의력 테스트에 맞춰져 있지만 면접 참가자 중에 있을지 모르는 제2의 슈미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년 전부터 너무 무의미한(pointless) 질문은 지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미트 회장은 지난 2012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구글이 찾는 인재상에 대해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똑똑하지만 유연한 사고를 하며 어떤 분야에서 뛰어나면서도 팀워크를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강연 도중 청중을 향해 “지금 당신이 믹서기에 들어가 있는 조그만 음식물 찌꺼기인데, 곧 믹서기가 돌아가면서 날카로운 칼날이 당신을 갈기갈기 갈아버릴 태세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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