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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욕부정이 팀과 팬 우롱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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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3l일 상오11시반 이마빌ELD 해태본사회의실.
장장 4개월을 끌어온 선동렬(선동렬)의 연봉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자 강남형(강남형) 해태사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연봉 6천만원에 올 시즌 20승을 올릴 경우 내년도 연봉을 25% 인상한다』는 내용이 담긴 발표문을 읽어내려 갔다.
그러나 발표문 낭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걸려온 전화로 기자회견장은 혼란 속에 휩싸이고 말았다.
불과 1시간 전 구단측과 합의를 했던 선의 부친 선판규(선판규)씨가 심경변화를 일으켜『조건없이 연봉 6천5백만원 아니면 재계약 않겠다』고 일방적인 파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급변하자 기자회견은 당연히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분노한 구탄측은 선동렬의 임의탈퇴를 야구위원회 (KBO)에 신청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었다. 선동렬에 질질 끌려다닌다는 비난을 들으면서 줄다리기를 벌여온 구단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또한 선동렬측은 소속팀은 물론 팬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었다.
선씨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다분히 연봉을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합의내용대로라면 올 시즌 20승을 올리지 못할 경우 내년도 연봉인상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므로 차라리 당초 구단측이 제시한 「조건없는 6천5백만원」을 택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선씨의 과욕은 아들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것은 물론 자칫하면 발목을 묶어버릴지도 모르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선동렬은 앞서 실업팀 입단, 프로팀 전향과정에서부터 계속 잡음을 일으켜왔다.
지난 84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아마행(한국화장품)을 선언, 계약까지 했다가 하루만에 이를 번복하고 해태에 입단, 반시즌을 허송했던 전력도 있다.
당시 선은 해태로부터 1억3천8백만원이라는 엄청난 계약금을 받아내 국내스포츠계를 놀라게 했었다.
선의 문제가 계속 시쓰러워진데는 구단측에도 책임이 있다.
구단측은 당초 5천만원을 고수하다가 계속 끌려간 끝에 6천5백만원까지 후퇴했다.
선이 아무리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 존재라 하더라도 다른 선수와의 비교를 통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처리했어야했다는 여론이다.
또한 선이 아무리 프로스타라 하더라도 공인으로서의 도의와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더구나 구단을 무시하고 팬들을 우롱하는 일이 되풀이되면 선수가 설 땅을 잃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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