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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소설 『레테의 연가』|불륜의 시대에서 사랑의 본질 깨우쳐 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작가 이문열이 스스로 자신의 첫 연애소설이라고 밝힌 『레테의 연가』의 일관된 주제는 「사랑 또는 성의 도덕성」이다.
그의 「도덕성」은 비단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술이나 학문·정치·노동 등에서 또한 기능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덕목인 동시에 사람의 사람다움을 가장 명료히 드러내주는 준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가 유독 「성」의 「도덕성」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다른 가치체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우월한 판단근거가 되는 「도덕성」이 「사랑」(성과 혼용되는)에 있어서 만큼은 쉽게 왜곡되거나 증발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어쨌든 결과적으로 성과 동일시되고 있는 「사랑」을 추악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단정한다.
아울러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회복해야할 사람의 본질은 곧 「도덕성」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레테의 연가』를 통해 작가는 사람의 교사이자 삶의 재단사임을 자처,「삶의 덧없음」까기 설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성이나 욕망 등 명백한 삶의 모습들은 한낱 망각의 강레테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공허한 것일까.
비록 『레테의 연가』가 「순결」이나 「도덕성」이라는 덕목을 참조하고 있다 하더라도 작가는 관념과 추상적 논리를 동원해 삶(욕망)을 덧없는 것으로 유기해 버렸다는 혐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이 영원하지도 거룩하지도 못한 존재인 한에서는 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우리들에게 분명히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감동을 준다. 사람과 성의 타락이 동일시되고 있는 이 부론한 시대에서 「도덕성의 회복」을 갈망하는 작가의 메시지는 우리가 끝끝내 잃어버려서는 안될 「순수함」을 지키기 위한 안타깝고 강렬한 노력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김주일<서울 도봉구 창1동·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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