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TV에 나가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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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텔리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유치원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이 노래는 그저 노래가 아닌 듯. TV에 출연해서 노래하며 춤추고 싶은 어린이는 수없이 많고, TV 출연을 꿈꾸는 어린이들의 노력 또한 각양 각색이다.
지난 25일 하오 MBC-TV의 『야,일요일이다』녹화현장. 특별 출연한 서울 신영국민학교 5·6학년 어린이 5백50여명은 스튜디오의 방청석을 꽉 메운 채 온통 흥분에 들떠 있었다.
『야, 혜은이 아줌마랑 이용식 아저씨가 나온다 ! 』
『TV 카메라가 저쪽을 비추나봐. 우리도 앞자리에 앉았으면 TV에 나올텐데·』 .
『나도 무대에 나가서 노래할 뻔했어. 우리 반 대표로 뽑혔는데 교무실에서 PD 아저씨가또 다시 몇 명만 뽑을 때 떨어졌지만 말야』『나는 전에도 두 번이나 TV 공개홀에 가봤어. 마침 카메라가 우리 자리를 비춰주는 바람에 「너TV에 나왔더라」는 인사를 얼마나 많이 받았다고』자신의 모습이 잠깐이나마 TV 화면에 나왔었다는 것은 두고 두고 신나는 자랑거리고, 공개 방송 때 방청석에 앉아 본 것도 으스댈만한 일이며,『너 TV에 나왔더라』는 말은 더 없는 찬사로 여겨지는 모양.
김희정양(신영국 5)처럼『제가 어릴 때 빵 광고에 출연 교섭을 받았다는데 엄마가 거절했대요. 그 때 광고 모델이 됐더라면 좋았을텐데』라거나, 권선이양 (신영국6)처럼『우리 학교가 특별 출연하는 이런 기회에라도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만약 제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말괄량이 역할을 아주 잘해낼 수 있을 거예요』라며 아쉬워하는 어린이도 적지 않았다.
녹화 도중 무대 위에 나가 앉아 박수 치는 역할을 할 어린이가 필요해서 PD가 한 4O명만 나오라고 청하자 80여명의 어린이가 서로 앞을 다투어 달려나가는 등 온통 수라장.
이런 정도이고 보면 MBC 어린이 합창 단원인 최도남양(서울 방배국6)이『우리는 1천6백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서 뽑힌 40명』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법하다.
어린이 합창 단원이 되어 방송에 출연하고 싶어서 4학년 때부터 피아노 및 성악 학원에 다니며 날 달걀도 많이 먹었다는 최양은『학교 친구들이 다 알아주고 부러워해요. 더구나 한주일에 네 번이나 방송국을 드나드니까「운 좋게」PD 아저씨들 눈에 띄면 다른 프로그램에 탤런트로도 출연할 수 있거든요』라며 흡족한 표정·국민학교를 졸업하면 어린이 합창단 생활도 끝나기 때문에 졸업하는게 싫다고도 했다.
어린이들이 놀랍도록 TV 출연을 갈망하는데 대해 이도자 교사(신영국)는 『자기 표현 및 과시욕이 상당한 요즘 어린이들의 남 앞에 나서고 싶은 욕구가 모두에게 친근한 TV에 출연해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 내리게 되는 것을 더욱 바라게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국민학교의 특별 활동 부서 중 연극부가 유난히 인기를 모으는 것도 어린이들의 자기 표현력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이혜영 교사(신영국)는 『연극부 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어린이는 한 학급에 3∼4명 정도 뿐인데 늘 10여명씩 지원하기 때문에 제비뽑기나 가위 바위 보로 정하는 실정』이라는 것.
한편 어린이 자신이 TV를 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직접 TV에 출연하고 싶어하거나, 어머니가 자녀를 예능학원에 보내는 것만으로는 욕구가 충촉 되질 않아서 TV 출연을 시도하는 예도 흔하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란하게 몸 치장시킨 어린이를 데리고 방송국PD를 찾아다니거나 서울 시내만 해도 약20개에 이르는 아역 배우 양성 학원을 찾아다니기도 한다는 것 .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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