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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사 "연산군"동시 기획·제작|사활건 흥행 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조선조 10대 임금 연산군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기획·제작되고 있어 60년대초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 (주연 최은희)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주연 김지미)의 사활을 건 흥행 싸움이 재연되는 듯한 기미를 보이고 있다.
당시의 대결은 신·최 콤비의 대승.
동시에 연산군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선 신규 영화사인 방 프러덕션과 풍정 영화사는 제각기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방 프러덕션의 『연산군』은 이혁수 감독이 크랭크인, 이미 20%정도 촬영했다. 주연은 이대근·강수연. 제작비를 5억여원이나 들인다는 대작으로 영화사의 사활이 달려 있을 정도다.
방 프러덕션측은 이미 2년 전에 고 월탄 박종화 원작 소설 『금삼의 피』 영화화 판권을 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원전은 다르다지만 역시 같은 연산군 얘기를 우리가 영화화하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같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은 비도덕적인 행위』 라고 분개하고 있다.
반면에 풍정 영화사의 『연산일기』는 최근 시나리오 심의를 받고 곧 촬영에 나설 태세다. 연출은 임권택 감독에게 맡겼으나 아직 캐스트는 결정하지 못했다. 풍정 영화사 역시 창립 기념작인이 영화에 모든 힘을 쏟아 넣겠다는 것이다.
풍정 영화사는 『방 프러덕션이 제작 계획을 확정짓기 이전인 지난해 6월부터 극작가 이모씨에게 각본을 의뢰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연산군 영화를 만든다니까 방 프러덕션측이 서둘러 제작에 들어간 저의를 모르겠다』고 공박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영화 기획을 해온 방 프러덕션의 방규식 사장과 영화 광고업을 해온 풍정 영화사의 여정호 사장은 서로 절친했던 사이. 그런데 요즘 들어 「연산군」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됐다.
어쨌든 지금 상황대로라면 두 영화사의 연산군 영화는 올 추석 때 극장가에서 맞붙을 전망이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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