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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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무엇이
꼭두새벽을
은밀히 흔드는가
죽지 째 얼어붙은
마음 정수리에도
꽃제비
두어 쌍 앉아
봄을 길어 붓는다.
그윽이 목숨을 열고
깊은 강을 엿듣는다.
저승에서, 땅 밑에서
몸을 푸는 기지개들
안마당
첫선 보는 꽂·나비
해도 따라 굴러 든다.
머리 감아
단아하고
청산이 나들이 간다.
꽃전·꽃술 익는 토담

흰옷 입은 눈물끼리
살아서
마주 일군 밭고랑
씨앗들도 들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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