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한폭탄 위의 세계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경제는 지금 두개의 시한폭탄 위에있다. 하나는 국제통화시세의 불안정이고 다른 하나는 강화되는 보호주의 경향이다.
이 두가지 불안요인은 앞으로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세계경제를 좌우할수도 있는 변수도 된다.
최근에는 미달러가 1달러당 일화1백48엔대라는 전후 최저시세를 기록함으로써 국제 환율전쟁이 재연되는 양상까지 보였다. 미·일·영등 선진국들이 외환시장에 공동개입함으로써 한고비 넘기기는 했으나 위기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제통화문제는 85년9월 워싱턴의 G5 (선진5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현안이지만 근본적 해결이 안되고 있다.
이번 달러시세 폭락사태도 지난2월22일 파리의 G6회의이후 불과 한달 남짓만에 야기되어 국제통화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증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파리합의를 통해「환율의 현 수준 안정에 노력」키로 약속했으나 이같은 약속이 무색케된 것이다.
국제통화조정은 미국경제회복을 위해 주로 미국이 채용하는 정책수단이지만 미국내외 경제에 주는 충격때문에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미국의 구체적 입장을 거의 예측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 85년 처음 국제환율문제가 대두되었을때 미국의 전문가들이 1달러에 1백10엔을 내다보는 극단적인 견해까지 있었고 1백50엔대도 파격적인 예측이었다.
그러나 1달러에 1백4O엔대도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파리회담후 미일간 합의라인이 1달러에 1백50엔대로 추측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금년 상반기까지 1달러에 1백40∼1백45엔을 내다보는 견해가 유력해지고 있다.
파리회담에서는 환율안정 노력의 원칙에만 합의했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파리합의성과가 단기간에 그칠것으로 예상은 되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 환율추이는 너무나 급격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그동안 2개월 남짓 미달러·일엔·서독마르크·영파운드등의 환율이 소강 상태였던 것은 선진국들의 환율안정 협조체제에 대한 관망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관망기도 끝나고 선진국들이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위해 취하기로 약속한 내수확대책등에 성의를 안보이자 환율 조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뿐만아니라 기본적으로는 미국경제의 기초적 조건이 개선되지 않고 미국경제의 호전전망이 의문시 되는데다가 일본의 흑자체질이 계속되어 달러약세, 엔강세를 계속 부채질하고 있다. 결국 미일간 예에서 보듯 선진 각국경제의 펀더멘틀(기초적조건들)이 개선되지 않는한 환율전쟁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국제환율 불안정속에서 우리가 당하는 불이익이다. 미국은 경제회복을 위해 계속 통화조정의 정책을 구사할것이 틀림없다.
일본경제가 엔고불황을 겪고 있는것은 미국경제를 위해 성의를 안보이는 대가에 해당한다. 그러나 미국은 환율조정등 선진국들간의 국제협조 체제를 이제는 개도국들에까지 요구하고 있다.
개도국들도 미국경제에 협조하고 그렇지 않을경우 보복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요즈음 미국의 대외경제정책의 방향이다. 선진국간 환율전쟁이 선진국·개도국간 환율조정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원화 절상압력과 개방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여 그대응은 어려운 과제가 아닐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