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는데 가계 빚 1300조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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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총액이 13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고금리 비은행권 대출의 증가 속도가 빨라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서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은행과 비은행 금융사들의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295조8000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38조1700억원(3%) 증가했다.

미 Fed 내달 기준금리 인상 예고
소득 5% 줄고 금리 1%P 오르면
가계 원리금 상환액 14% 늘 듯

4분기의 첫 달인 10월의 은행 가계대출이 7조5000억원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신용 잔액은 이미 13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가계신용 증가액은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4분기(38조2000억원)와 거의 비슷한 규모로 역대 2위다.

우려되는 대목은 금리가 높은 신협·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사들의 3분기 대출 증가액이 11조1000억원(4.1%)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비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면 서민의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장금리는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 이후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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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날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 위험 요인이 부각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세와 가계소득 증가세가 약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만일 가계소득이 5% 정도 줄어들고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는 경우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114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1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 전체 소득에서 주택 및 기존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채무상환비율(DSR)이 21.1%에서 25.5%로 높아진다”며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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