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빅에어 월드컵에 첫 선…여름을 버텨낸 '저장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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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빅에어 경기장 [사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빅에어 경기장 [사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어메이징" "와!"

24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장. 2016-17 시즌에 치러지는 평창 겨울올림픽 첫 테스트 이벤트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은 공식 연습을 통해 경험한 경기장 코스에 대해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지난 시즌 빅에어 월드컵 랭킹 1위 맥스 패럿(캐나다)은 "속도가 엄청나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빅에어 월드컵이 열릴 경기장 코스엔 특별한 게 숨어 있다. 여름을 거치면서 버텨왔던 '저장 눈'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전체 코스에 눈을 덮는 데 필요한 1만500㎥ 의 60%에 해당하는 6000㎥가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저장해왔던 눈으로 뿌려져 지난 22일 마친 코스 조성에 활용됐다. 이홍재 조직위 경기국장은 "코스 조성의 기초로 저장 눈을 활용하고, 그 위에 인공 눈으로 추가 제설했다"고 설명했다.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을 앞두고 연습 중인 선수. [사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을 앞두고 연습 중인 선수. [사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을 앞두고 연습 중인 선수. [사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을 앞두고 연습 중인 선수. [사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등 주요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 스포츠파크 일대는 지난 2월 평균 기온이 영하 2.5도로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고온으로 슬로프에 뿌려진 인공 눈조차 녹는 현상이 우려되자 조직위에서 고려한 아이디어는 눈을 저장해두는 것이었다. 지난 3월 알펜시아 스포츠파크와 용평리조트 등 두 곳에 눈 저장소를 만들어 총 2만6000㎥ 규모의 눈을 따로 비축해 관리했다. 10m가 넘는 높이로 산더미같이 쌓아놓은 눈 위에 보냉제 기능을 하는 구직포와 특수 재질로 만든 스티로폼을 각각 네 겹씩 덮는 방식으로 온도를 유지하고 눈이 녹는 걸 막았다.

최명수 조직위 경기국 종목 담당 매니저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땅에서 얇게 퍼지면 금세 녹지만 뭉쳐있으면 냉기를 유지해 눈이 어느정도 유지된다. 이를 활용해서 햇빛과 비, 바람이 세게 들지 않는 자리에서 눈을 모아놓고 관리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당초 모아뒀던 눈의 40%가 남았다. 최 매니저는 "국내에선 처음 시도됐던 프로젝트여서 잘 될 지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눈이 남았다"고 했다. 이 국장은 "태풍, 비·바람에도 버텨온 눈"이라고 설명했다.

알펜시아에서 관리됐던 눈 저장소. [사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알펜시아에서 관리됐던 눈 저장소. [사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저장 눈은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도 활용됐다. 지구 온난화로 눈이 녹는 현상에 대비한 것이었다. 소치 겨울올림픽 땐 눈 저장소를 7개나 만들어 45만 톤의 눈을 쌓아두고 대회에 실제 투입됐다. 최 매니저는 "평창의 눈 저장소 기법은 소치 대회 때와 유사하다. 당시 눈 저장소 작업에 참여했던 핀란드 출신 전문가가 평창 눈 저장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FIS에서 저장 눈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온이 올라가는 2018년 3월에 열릴 겨울 패럴림픽 때 저장 눈 시스템이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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