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콩팥|고성능 필터 같춘 "정화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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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람이 숨을 쉬지 못하거나 먹지 못하면 당연히 생존이 불가능 하지만 배설을 하지 못해도 살수 없다.
배설 중에서도 오줌은 노폐물을 방출하는 외에 몸이 항상 화학적으로 정상 상태에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
컨디션에 따라 소변량과 색이 변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배설과 항상성 유지라는 생명현상 기능을 담당하고있는 노장 (콩팥) 이 이번에 탐사를 떠날 인체 기관이다.
복막과 후복벽 사이에 있는 신장은 주먹 크기 정도의 완두콩 모양으로 무게는 1백50g 정도, 좌우에 하나씩 한 쌍이 있는데 완전 대칭이 아니고 우신이 좌신보다 약간 낮게 자리잡고 있다.
신장의 배설 및 재흡수 기능의 우수성에 관해 연세대 의대 이호영 교수 (내과)는 「고성능 초강력 필터」라는 말로 표현했다.
즉 콩팥은 하루에 1·5t에 달하는 혈액을 통과시키는데 인체의 총 혈액을 5l 로 볼 경우 3백회를 회전하는 것과 맞먹는 막대한 양이라는 것.
수분만으로 따지면 하루 1백70l 정도로 약1드럼분의 수분이 걸러지고 그중 1·5l 가 소변으로 배설된다.
콩팥의 여과·재흡수 기능을 구체적으로 보자.
신장에서 이 기능을 맡은 부분은 네프론이라는 단위체.
네프론은 사구체와 이를 둘러 싸고 있는「보만」씨낭, 그리고 여기에 연결된 세뇨관으로 구성돼있으며 한쪽 신장에 1백만∼2백만개가 분포되어 있다.
신동맥을 통과한 혈액은 콩팥내의 모세 혈관 뭉치인 사구체로 들어가 여과 작용을 거치면서 각종 노폐물을 떨어버리고 신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향한다. 여과된 노폐물을 담은 오줌원액은 보만 씨낭을 거쳐 세뇨관으로 내려온다.
이름 그대로 가늘고 구불구불한 4∼5cm의 관으로 된 세뇨관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균형기능을 수행한다.
인체의 6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신장이 하루에 걸러내는 수분(약1백70l)중 상당량을 배설한다면 사람은 심한 탈수 현상으로 위험하게 된다.
세뇨관은 1%정도의 수분에 노폐물을 농축시켜 오줌으로 만들어 요관으로 보내고 99%이상의 수분은 재흡수시켜 인체의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한편 당·염분·나트륨·칼슘·염소·인산기 등의 전해질과 비타민·아미노산 등의 영양소 들을 재흡수 시켜 인체가 재사용 하도록 분류해 주는 일도 맡고있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이 『인체의 수분이나 각종 전해질이 너무 많으면 그대로 배설하고 부족할 경우 재흡수 하도록 감지하는 기능은 세뇨관 바로 위 사구체와 만나는 곳에 JGA라는 고성능 센서가 있어 2백만∼4백만개의 네프론이 동시에 인체 상태 정보를 정확하게 입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네프론 중 가동중인 것은 일시에 10%를 넘지 않는다.
또 일정시간 가동 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기능을 발휘한다. 흡사 10∼20교대를 하는 정화 처리 공장 같은 형태라할 수 있다.
가톨릭 의대 방병기 교수 (내과)는 신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처럼 교대로 가동하게끔 되어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콩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신장은 작업량에 비해 여유가 있어 한쪽만으로도 그 기능을 1백%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타인에게 이식시켜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 1개의 콩팥으로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신장의 여과·재 흡수 기능을 위주로 탐험을 했지만 실제로 이것은 신장 기능의 3분의1에 불과하고, 호르몬을 분비하거나 다른 장기에서 만들어진 호르몬의 작용을 조정하는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작용으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혈압 조절 기능이다.
혈압은 인체의 상태나 질환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는데 그 평형을 신장이 유지시켜 주고있는 것이다.
이 기능은 안쪽에 위치한 수질과 바깥 쪽의 과립형으로 된 피질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
콩팥 수질에서 만들어지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호르몬은 협압이 높을 때 분비돼 혈관을 확장시켜줌으로써 정상혈압으로 되돌아 오게 한다.
레닌이라는 호르몬은 반대로 혈압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방아쇠 물질로 역시 신장피질에서 만들어지며 혈압이 낮아지면 혈액 속으로 자동 방출된다.
또 에리스로포이에틴이라는 적혈구 제조 유도 호르몬으로 하여금 골수에서 적혈구를 만들도록 자극해준다. 따라서 신장의 기능이 왕성할 경우 어느 정도 고·저혈압의 조절이 가능하고 빈혈걱 정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장은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뼈가 강해지려면 칼슘과 인등의 무기 물질 대사가 왕성해야하는데 그러려면 비타민 D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콩팥은 바로 인체내의 비타민 D를 활성화시키는 호르몬을 만들어 공급해 줌으로써 골 조직을 강화하게된다.
다른 기관에서 만들어진 호르몬의 활동을 컨트롤하는 예중에서 대표척인 것은 항이뇨호르몬.
뇌하수체 후염의 자극으로 생성되는 이 호르몬은 이뇨를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콩팥은 자신이 감지한 체내의 수분 및 영양 상태를 토대로 해서 배설의 필요가 증대될 때는 이 호르몬의 활동을 억제하고, 감소될 때는 호르몬의 활동을 촉진시킨다. 이뇨 작용을 조절하는 것이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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