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문(拷問)도 두둔한 폼페오…CNN “역대 가장 편파적 CIA 국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트럼프의 미국 새 정보수장도 강경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 마이크 폼페오. 정치적 강경파인 그의 내정에 ‘가장 편파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게이지 스키드모어]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 마이크 폼페오. 정치적 강경파인 그의 내정에 ‘가장 편파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게이지 스키드모어]

“CIA를 음지에서 양지로 꺼낼 국장이 등장했다.”(뉴욕타임스)

티파티 소속 공화당 3선 하원의원
NYT “CIA를 양지로 꺼낼 인물”
대중 주목받는 부서로 바꿀 가능성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새 수장 마이크 폼페오(52)가 CIA를 대중의 주목을 받는 부서로 변모시킬 수 있음을 빗댄 것이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옛 원훈(院訓)처럼 은밀하게 일하는 게 원칙인 정보부서의 이미지와 상반된다. CNN은 “대체로 중립적 인사가 맡아 온 CIA 국장 자리를 ‘가장 편파적인 인사’가 차지했다”고 전했다.

현직 공화당 3선 하원의원(캔자스주)인 폼페오는 정치적으로 강경파이고 언행도 직설적이다. 당내 대표적 보수파 ‘티파티’ 소속이다. 마이애미해럴드는 “그가 상원에서 정식으로 CIA 국장으로 인준되면 지금의 CIA는 180도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1947년 창설된 CIA는 막강 정보력을 바탕으로 전방위 파워를 행사해 왔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를 막지 못하며 CIA는 궁지에 몰렸다. 결국 2005년 CIA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상위 기관으로 국가정보국(DNI)이 신설됐고, 모든 정보기관의 예산과 대통령에 대한 안보 자문권도 DNI로 넘어갔다. CIA의 위상은 급속히 추락했다.

하지만 미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가 DNI를 해체하고 그 기능을 16개 정보기관에 골고루 분산하되 CIA를 ‘톱 기관’으로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CIA는 단순히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각종 공작과 정책 수립에도 상당 부분 관여하게 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막강 CIA의 부활’이 가능해진다.

CIA를 이끌 폼페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력서로는 ‘완벽한 후보’라 할 수 있다. 그는 86년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했다. 91년 육군 제 7 기갑기병연대 대위로 예편한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워싱턴의 로펌 ‘윌리엄스 앤드 코널리’에서 근무했다.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하버드대 로스쿨 동기다. 하지만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2011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뛰어든 폼페오는 통상 고참 의원에게 돌아가는 자리인 하원 정보위원회, 벵가지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당시 하원의장이던 공화당의 존 베이너가 “떠오르는 샛별”이라 칭찬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CIA에서도 그를 반기는 편이다.

부통령 당선자 마이크 펜스의 TV 토론 당시 이란과 리비아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트럼프의 눈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경선 때는 마코 루비오를 지지했지만 루비오 낙마 이후 트럼프 쪽으로 갈아탔다.

다만 폼페오의 강경 우파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에서 발생한 테러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이 사망한 사건을 다룬 벵가지 특위에서 그는 민주당으로부터 ‘마녀 사냥’이라 공격받을 정도로 혹독하게 힐러리 클린턴을 몰아세웠다. 지난해 10월 같은 당 트레이 가우디 특위위원장이 “클린턴이 잘못한 새로운 증거를 못 찾겠다”고 했지만 폼페오는 “분명 국무부는 벵가지의 미국인 보호보다 (당시 국무장관인) 클린턴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는 내용의 ‘추가 견해’를 별도 제출했다.

2014년 하원에서 CIA의 고문 문제가 제기됐을 때 “그들은 고문자가 아니라 애국자다. CIA의 (구금과 신문)프로그램은 합법적”이라고 옹호했다. “국가 안보를 위한 감시장치 강화가 (인권 주장 등) 법적인 ‘방해’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이란과 이슬람국가(IS)에 관심이 크다면 폼페오는 이에 더해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하다.

폼페오는 지난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성명에서 “북한은 광신 정권”이라며 “이란과 북한은 악마의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했다.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대해서도 ‘명백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또 지난 2월 C-스팬과의 인터뷰에선 “지금 전 세계에는 여러 위협이 있지만 제일 위에 북한이 있다”며 “북한 지도자는 분명 (미사일) 개량을 통해 (미국) 서해안에 도달하게끔 할 것이다. 이 폭군을 제압하기 위해 뭔가 다른 걸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적 옵션 외에 ‘비운동성(전자기파·극초단파 등) 무기’ 등의 기술을 사용할 시기가 됐다는 주장도 펼친다. 한국 입장에선 CIA의 새 리더십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