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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 병풍, 글자 새긴 도자기…선조들의 생활 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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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호림박물관 ‘아트 인 라이프’ 특별전

11일 개막한 ‘ 트 인 라이프’ 특별전.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거북선의 위용이 드러난 ‘통제영 수군조련도 10폭 병풍’. [사진 호림박물관]

11일 개막한 ‘ 트 인 라이프’ 특별전.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거북선의 위용이 드러난 ‘통제영 수군조련도 10폭 병풍’. [사진 호림박물관]

왜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거북선의 위용이 당당하다. 통영에서 행해졌던 전라·충청·경상 3도 수군의 합동 군사훈련 장면을 담은 ‘통제영 수군조련도 10폭 병풍’은 각종 전투용 선박이 수백 척 도열한 모습이 장관이다. 삼도수군통제사가 승선한 대형 판옥선에는 장대라 부르는 누각이 설치되어 있는데 총지휘자인 통제사의 모습은 생략되어 있다. 궁중기록화에서 왕을 그리지 않듯이 통제사 대신 그의 권위를 상징하는 팔사품(八賜品)으로 그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 임진왜란 이후 꾸준히 제작된 통제영 수군조련도 연구에 소중한 작품이다.

그릇에 새겨진 글자를 읽어 고려 및 조선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명문도자실. [사진 호림박물관]

그릇에 새겨진 글자를 읽어 고려 및 조선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명문도자실. [사진 호림박물관]

지난 11일 서울 도산대로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 신사분관에서 개막한 ‘아트 인 라이프(Art in Life)’ 특별전은 이처럼 고려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의 생활에서 긴요한 구실을 했던 미술품을 살펴 미시사(微視史)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글자를 새긴 그릇인 명문(銘文) 도자, 이야기를 담은 그림 민화(民畵), 선악의 기록자인 목동자(木童子) 세 분야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만도 20여 점이 넘는다.

평양안내도, 나무로 조각한 동자 등
고려·조선 첫 공개 작품도 20여 점

명문 도자를 만날 수 있는 3층 전시실은 도자기에 새겨진 글씨를 낱낱이 볼 수 있도록 꾸민 전시 기법이 신선하다. 명품 전시장에 온듯 조명 아래 펼쳐지는 도자들의 세련된 나들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첫 선을 보인 ‘청자상감우전문접시’에서 읽을 수 있는 임신(壬申)과 대내(大內)란 글자는 1332년 궁중에 납품된 식기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보물 1452호 ‘청자상감 연화류문 덕천명 매병’은 왕실과 관련된 1325년 이후 ‘덕천고(德泉庫)’를 의미한다. 이처럼 명문은 어떤 도자기를 언제 제작해 어디에서 사용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중요한 사료(史料)다.

2층으로 내려오면 조선시대 대중적 화목(畵目)이었던 민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통제영 수군조련도 10폭 병풍’을 비롯해 지도식 회화인 ‘평양성도 10폭 병풍’,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인 ‘자수 화조도 10폭 병풍’ 등 최초 공개되는 민화 10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평양 시가지와 자연환경을 담은 ‘평양성도’는 모란봉·양각도·능라도·대동강을 배경으로 을밀대·부벽루·대동문·연광정·풍월루 등 명승지가 현대판 관광안내도처럼 세밀하게 표시되어 있다.

목동자

목동자

동자(童子)는 4~20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리키는 말로 스님이 되고자 수행하는 이를 지칭한다. 오늘날 남아있는 동자상은 조선 후기 명부전(冥府殿)에 조성된 것들인데 사람들이 생전에 쌓은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을 기록했다가 사후에 시황에게 고하는 등 내세의 재판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 나온 나무 동자들은 조각 기법의 여러 측면을 살필 수 있어 흥미롭다. 한국 동자 특유의 해학 넘치고 천진난만한 얼굴 형태가 보는 이를 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02-541-3525.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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