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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뉴스] 유영하 “역대 정부도 기업 출연 공익사업” 항변…MB정부의 미소금융은 기업이 직접 재단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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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항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유 변호사는 지난 20일 최순실 사태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후 “역대 정부에서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와 출연으로 국민들에게 혜택을 준 공익사업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었다”고 반박 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의 주요 사업 사례를 열거했다. 유 변호사의 발언이 맞는지 팩트를 체크해 봤다.

①이명박 정부의 미소금융과 유사한가?=아니다.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 유 변호사가 가장 먼저 꺼낸 사례는 MB 정부 때의 미소금융재단이다. 미소금융은 2009년 9월 시작된 서민 대출 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기업 76곳, 은행 53곳으로부터 약 4년 만에 3300억원의 출연금을 모았다. 이 때문에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과 닮았다는 게 유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에 김승유 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은 “이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재단을 설립해 모금하는 방식이 아닌 개별 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운영했다”고 반박했다. MB 정부 당시 미소금융을 비판했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순실이라는 제3자가 재단을 주물렀던 미르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②노무현 정부도 대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걷었다?=아니다.

유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1월 경제단체장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이 양극화 해소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후 삼성 8000억원 및 현대차 1조원 등의 출연 계획이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이제 (기업인들에게) 걱정스러운 얘기도 드리고 우는 소리도 하겠다”고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발언은 기업 투자를 강조한 말일 뿐 기금 강요와는 무관하다”며 “재단 설립 등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 등이 일어나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대국민사과 발표 이후 자체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꿈장학재단·정몽구재단 등은 설립 후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③김대중 정부의 대북 비료 보내기 때 전경련 돈 받았다?=받은 주체가 다르다.

전경련이 지원한 건 맞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와 다르다. 김대중 정부 때의 대북 비료 사업은 대한적십자사(사단법인) 주도로 이뤄졌다. 전경련이 적십자사에 80억원을 지원했지만, 적십자사는 1949년에 만들어져 국내외 구호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조직이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군사작전 하듯이 전경련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설립한 미르를 과거 사례와 맞물리려는 시도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④5공 시절 일해재단과 유사한가?=유사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세운 일해재단(83년 설립)은 대통령 재임 시절 세운 재단에 대기업이 기부금을 냈다는 점에서 닮았다. 88년 ‘5공 비리’ 청문회에 나온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이치에 맞아서 냈고, 편하게 살려고 냈다”는 말을 남겼다.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검찰 수사는 형사 사법 체계의 형평성을 따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 변호사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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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변호사 반박 자료, 민정수석실 작성 의혹

 유 변호사가 낸 반박 자료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컴퓨터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유 변호사는 20일 오후 5시쯤 반박 자료(‘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의 입장’)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반박 자료는 A4용지 24쪽 분량으로 ‘한글 파일’로 작성됐다. 이후 자료의 문서 정보를 확인해 보니 지은이(아이디)가 ‘j*****’로 나타났다. 아이디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이 검사 시절 쓰던 e메일 주소와 동일했다.

노무현 때 장학재단 정부 개입 없어
DJ 대북 비료 지원도 적십자사 주도
전두환 일해재단, 미르와 가장 비슷
정주영 “편하게 살려고 냈다” 증언

법조계 일부에선 해당 비서관이 박 대통령 개인 변호사의 입장 자료까지 대신 써준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청와대는 “유 변호사가 박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나서 민정수석실 컴퓨터를 이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선욱·현일훈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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