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으니 얻어맞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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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와주세요. 친구가 파출소에 끌려가 방범대원에게 맞고 있어요』
12일 새벽4시 서울남대문경찰서 정문 안내실. 조성만씨(26)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다급한 목소리로 「SOS」를 청한다.
『전화해놨으니 가봐요.』
『무서우니 같이 가달라』는 조씨의 부탁을 거절하는 당직 근무자.
불과 3백여m 떨어진 남대문로 5가 파출소. 조씨의 친구 이모씨(32)가 방범대원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폭행.
조씨는 치안본부로 내달았다.
『수사이의신고센터가 어딥니까. 제 친구가 당하고 있어요』
『여기는 못 들어갑니다』『높은 사람좀 만나게 해주세요. 친구가 위험하다니까요』의경2명이 조씨를 가까운 의주로 파출소로 데리고 갔다. 『당신들이 잘못했으니까 두들겨 맞지』
갈수록 태산. 조씨는 치안본부청사로 되돌아와 아예 정문 앞에 주저앉았다. 한 의경이 귀띔한다.
『신문사에 가서 얘기하쇼』조씨가 남대문로 5가 파출소에 다시 간 것은 상오6시. 친구 이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의자에 「가라앉아」있었다.
한움큼 빠진 머리카락사이로 보이는 피멍들, 그리고 긁힌 이마.
조씨와 이씨는 전날밤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한잔 걸치고 잠자러 찾아들었던 여인숙에서 요금시비를 벌이다 연행됐다.
『세상에 이럴수 있습니까. 「인권수사」다짐한게 엊그제 같은데』
두 사람은 허탈한 표정으로 울먹였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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