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윤화…청소원은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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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소원들을 언제까지 사고 위험 속에 내버려 둘 것인가.
박봉과 과로에 시달리는 청소원들이 길을 쓸고 쓰레기를 치우다 당하는 사고가 잇달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도로청소작업 중 음주운전차량이나 과속차량에 목숨을 빼앗기는가 하면 작업도중 힘에 부쳐 리어카에 깔려 숨지거나 다친 청소원이 올 들어 두 달여 동안 서울에서만 벌써 1백5명(사망 7명)이나 된다.
서울시는 84년부터 청소원들에게 밤에도 눈에 갈 띄도록 주황색 청소복과 야광벨트를 지급하고 청소보조원을 두는 등의 청소원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실제수요를 따르지 못해 8천5백여 청소원들은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고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2일 대책회의를 열고 청소원안전사고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했으나 대부분 종전의 사고예방대책을 강화하거나 후생복지시설을 약간 늘리는 것일 뿐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미흡하다는 게 청소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과다한 작업량과 시간=서울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하루 2만5천4백68t으로 8t트럭 3천1백85대분.
이중 60%를 청소원들이 직접 리어카를 끌고 좁은 골목길을 돌면서 수거하고있다.
청소원 1인당 70∼1백 가구의 쓰레기를 치우는 게 적정수준이지만 실제로는 2배정도인 평균 1백60가구의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변두리 고지대로 갈수록 청소량 부담은 더욱 늘어나 상계동·상도동의 경우 2백50∼3백 가구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작업시간은 일반회사원의 2배. 서울시의 경우 상오 6시30분(여름철 상오 5시30분)부터 8시간(점심·휴식시간 제외)작업하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일이 많아 10∼15시간씩의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처우=일당 7천5백원과 보너스 4백%가 전부. 보너스까지 합치면 월평균 28만2천7백원이나 일당제여서 하루라도 빠지면 그만큼 돈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청소원이 아플 경우 부인이나 자녀들이 대신 힘든 청소길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사고=지난해 1년 동안 사망 13명, 부상 3백71명으로 전체 청소원의 4·5%가 사고를 당했다. 이중 3분의1인 1백33명이 교통사고로 죽거나(9명) 다쳤고, 나머지는 리어카에 깔리거나 과로로 쓰러지는 등 작업 중 안전사고를 당했다.
올 들어 발생한 1백5명의 사상자 중 교통사고가 26명으로 전체의 24·7%이고 나머지는 작업 중 안전사고였다.
연도별 사상자수는 84년의 3백41명에서 85년 4백41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3백84명으로 다소 줄었다. 전체사고의 40%정도가 12∼2월 사이 겨울철에 발생하며 시간별로는 자정∼상오 8시 사이에 46%의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서울시는 84년부터 ▲청소원들에게 야간에도 눈에 잘 띄도록 야광벨트와 주황색 옷을 지급하고 ▲겨울철고지대에서는 2인1조 작업을 추진하며 ▲장기적으로 리어카를 소형차량 등으로 바꾸는 안전대책을 발표, 추진해왔으나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한 상태.
야광벨트는 세탁하면 퇴색되고 리어카의 야광표시도 흙먼지로 제대로 식별이 되지 않는다. 2인1조 작업제도 청소보조원이3백여 명으로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2일 ▲작업 중 야광벨트와 주황색청소복착용 ▲가로 청소 때는 손수레를 차가 오는 방향에 세워놓고 뒤에서 작업할 것 ▲손수레에 적재량이상을 싣지 말 것 등의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청소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구청별로 샤워실 마련 ▲청소원 자녀장학금지원 등 후생복지방안을 확충하기로 했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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