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줄어드는 역작용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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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간 별다른 실효없이 거론만 되어오던 정년연장의 문제가 실현성 있게 성큼 다가섰다.
인구의 고령화나 고급인력의 증가등 현실적인 정년연장의 수요도 수요지만 12일의 당정협의에서 확인된 정부·여당의 정책의지를 보면 이제 정부투자기관을 시발로 점차 민간기업에까지 정년연장의 바람이 파급되리라는 것은 확실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원론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승진이나 취직 등에 얽힌 당장 몇 년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넓게 보면 정년연장은 나이들어서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55세 정년을 정부·여당의 목표대로 올해부터 3년간에 걸쳐 58세로 늘러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몇가지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 하는 문제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첫째, 새로운 일자리가 얼마나 줄어들 것이냐 하는 문제다.
올해의 경우 25개 정부투자기관의 신규채용계획(남자)7천3백13명중 정년퇴직자에 따른 보충인력수요는 전체의8.8%인 6백47명. 따라서 만일 모든 정부투자기관이 한꺼번에 정년을 3년 연장한다 하더라도 매년 6백명정도씩 3년에 걸쳐 1천8백명 가량의 새 일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둘째, 당장 승진이 늦어지는 계층이 생긴다.
현재 정부투자기관을 평균해서보면 입사후 계장승진에 5년3개월, 과장승진에 11년9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기관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정년연장으로 당분간 승진연한이 길어질 것은 당연하다.
셋째, 조직의 인건비 부담이다.
현재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와 퇴직금 산정방식을 그대로 둔 채 정년만을 연장한다는 것은 인건비 부담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의 보수체계 자체를 하향조정 하거나 일정한 연령이 지나면 보수수준이 다시 내려가는 임금체계로 옮겨가야 할 필요가 있으며 퇴직금 산정방식도 「퇴직당시의 보수」 에만 연동시키는 방식을 벗어나야만 한다.
조직과 구성원, 고령자와 젊은층의 당장의 이해관계가 서로 양보 없이 맞서기만 할 때 어느것 하나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년연장이 모두의 삶에 관한 가치판단의 문제임을 받아들이고 서로서로 정년연장에 협조하는 일이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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