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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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 민주화론을 둘러싼 신민당의 노선갈등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조만간 어떤 결말이 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하지만 분당론까지 공공연히 거론되는 단계에 이른 것은 경위야 어떻든 불행한 일이다.
두 김씨나 이총재나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내세우는 주장이 무엇이라는 것도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 이번 내분도 우리나라 야당이 갖고 있는 고질의 한 단면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 못할 것이다.
국민의 여망을 업고 있다고 자부하는 야당이 이런 모습을 보여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야당 지도자 사이에도 감정이나 견해차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인 이상 권력에 관심을 갖는 것도 나무랄 수는 없다. 누구든 상대로부터 섭섭한 대접을 받으면 반발심이 생기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그렇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정국이 개헌문제로 꼭 막혀있다는 것은 누구보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푸는 책무도 그들 스스로가 지고 있다.
어느편 주장이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이상 이를 풀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당론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해서 하는 말이다.
야당이 하나로 똘똘 뭉쳐도 집권당과의 싸움은 힘겹게 마련인데 그나마 십인십색으로 갈려 내분만 거듭하면 개헌정국은 진전은 커녕 답보만을 거듭할게 뻔하다.
이른바 선 민주화론 자체에 어떤 흠결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실현된다면 정부형태가 어떻게 되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당초 「이민우구상」이 나왔을 때 광범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막강한 집권세력을 상대로 나름대로의 정치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야당의 전술에 있다. 모든 게임에서 똑같은 패라도 어느 때 어느 것부터 내놓느냐 여부는 승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이총재와 두 김씨간의 갈등이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이 같은 전술상의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을 수습하는 일이 왜 그리 어려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떤 정당이건 국민의 지지기반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 야당인 경우 특히 그렇다.
오늘날 신민당이 내부갈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분당이라도 한다면 그것은 국민 여망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이 한결같이 바라는 것은 야당의 단합된 모습이지 분열된 모습은 아니다. 대도보다는 사리를 좇아 이합집산을 거듭해온 것이 우리야당사의 병폐였다. 그런 고질의 반복은 결코 국민이 바라는바가 아닌 것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우리가 신민당의 내부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개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민정당이라고 그 점에서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집권당이 진정 변칙적인 방법이 아니고 떳떳하게 개헌작업을 마무리할 생각이라면 야당이 하루속히 내부문제를 정리하고 단합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치의 정도다. 무엇보다도 야당이 분당이라도 하면 정치일정 자체가 더욱 혼미속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체, 더욱이 그것이 정치단체인 이상 거기에는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견해를 보다 큰그릇에 담아 하나의 더 큰 통일된 의견으로 집약하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며 공당의 기능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분당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 당장 야당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은 당내의 갈등을 당내에서 소화해내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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