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공방」 제2라운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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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민주화론을 둘러싼 신민당의 개헌노선 대립은 김영삼 고문이 지구당개편대회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분당화의 조짐이 점차 짙어지는 등 제2라운드의 공방에 접어든 느낌이다.
물론 김고문 자신과 측근들은 『분당까지 검토한 것은 아니다』고 펄쩍뛰고 분당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아직은 많으나 이민우총재가 후퇴는커녕 더욱 무게가 실린 반격을 펼칠 것 이란 추측이 삼양동 주변에 나돌고 있어 「별거」 가능성도 전혀 배체할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이미 개편대회 일정을 확정했던 이영권·김형내·신순범·허경만 의원 등이 대회취소를 결정했거나 취소할 움직임이어서 이총재와 김고문의 극적 화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소정기일 내 지구당개편대회를 치르기가 어렵고 아울러 이런 사태의 확대는 5월 전당대회무산으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김고문의 이번 불참선언은 어디까지나 한목소리를 내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총재와의 화해를 전제로 한것』이란 설명이지만 「분당」이란 예리한 칼날이 그 속에 숨겨져 있음은 쉽게 짐작인 듯하다.
제2단계로 소속 의원들을 「반이」편에 묶어 이총재를 당내에서 완전 고립시키는 작전을 펴고 예의「공작정치」로 몰아치는 방안도 준비중이란 추측이다.
이에 대해 이총재측도 각오가 만만치 않다. 『이번만은 지난 온양행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이총재 주변의 설명이다.
이충환· 이종남씨 등 구정객들이 이총재 주변에 포진하고있다는 사실은 이미 비밀이 아니며 그밖에 명참모라는 L· K씨 등도 지혜를 빌려주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김고문의 대회 불참선언과 김대중씨의 동조, 지구당개편대회 취소 등 예측하지 못했던 일격에 일순 몹시 당황하는 눈치이나 이총재는 『선민주화론은 포기할 수 없다』고 응전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고문의 선언이 나오자 소속의원들은 『이제 갈라지나 보다』는 탄식과 함께 각자의 진로를 걱정하며 분당됐을 때의 머릿수를 조심스럽게 꼽아보는 모습들이다.
동교·상도동계 주류측은 두 김씨의 「쌍김당」 이 창당되면 현 소속의원 90명중 75∼80명이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아울러 잔류파는 10∼15명 선으로 『원내 교섭단체(20명 이상이라야 가능)도 힘들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반면 반대쪽에선 『30명은 남을 것이며 40명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주류폭에선 『두 김씨가 알맹이를 꺼내 가면 남는 신민당은 제2의 민한당과 같은 성격이 될텐데 다음 선거를 치를 의원이라면 누가 남으려하겠는가』라며 주류의원들은 물론 비주류 상당수까지 두 김씨의 홉인력에 끌려들고 말 것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주류쪽의 설명은 다르다. 과거 신한당·통일당의 예를 들며 『박차고 나가 잘된 사람 못 봤다』고 맞서고 있다.
이총재측은 현실적 협상론인 「이민우구상」 에 대한 잠재적 지지를 믿고있으며 개헌정국의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수록 「이구상」 동참자가 늘어 날것으로 기대한다.
비주류와 중도세력 몇 주류 중 소외세력이 이총재의 확고한 결심 여하에 따라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다면서 반김 라인 형성을 위해 이미 작업을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만약 분당작업이 본격화되면 관망파와 중재파 등 완충지대가 1차 형성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의 이기택부총제는 『분당이 된다면 무소속으로 홀로 걷겠다』면서 분당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양극의 접착을 시도하며 태도결정을 미룰 것으로 보여져 이들의 최종 행동이 그 이후 정국의 큰 변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합과정엔 외부의 작용이 끼어들게 마련이며 이 역시 무시 못할 변수.
만약 잔류파가 30∼40명에 이를경우 두 김씨로선 분당코스를 결심하기 어렵게 될 것이며 그때 두 김씨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또한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신민당소속의원 90명의분포는 대체로 상도·동교동계의 주류가 60여명, 비주류가 20명선, 중도·기타가 10명 선인데 이들의 계파소속을 엄밀히 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결정적 시기에 어떤 처신을 할는지도 일율적으로 말할 수 없다.
주류측이 이번에 분당부사까지 노골화하면서 강경책으로 나오는 숨은 계산의 하나는 어차피 순탄한 전당대회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번 이철승의원 징계문제로 이의원 계당원들이 당사를 점거한 예 등으로 보아 두 김씨가 바라는 전당대회의 결과를 얻어내기까지에는 장애요인이 너무나 많고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강경책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계산했음직 하다. 따라서 주류측은 이의원이 귀국하면 그의 징계를 강행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잡음을 분당의 명분으로 잡아 필요하면 활용한다는 계산인 듯하다.
주류측이 분당으로 몰고 가는데 가장 큰 장애요소로 꼽고있는 것은 물론 숫자확보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점이며 또 하나는 정부·여당의 「합법개헌」을 의도적으로 묵인하려한다는 비난이다.
이미 일부에선 『선거가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분당 움직임은 합법개헌을 눈감아주려는 처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직선제당논의 후퇴없이 개헌이 이뤄지고 선거가 있게 하는 방법이 바로 분당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는 김고문이 어느 선까지 현재의 싸움을 밀어붙일 것이냐와 이층재가 어느 정도 버틸것이냐에 관건이 달렸다고 하겠다. 이총재 자신은 자기의 진짜 구상에 대해 입을 다물고있다.
이총재 주변에선 『당권적 차원이 아닌 구국적삼차원에서 합의개헌의 길을 터보겠다는 것』이라면서 마지막엔 자신을 포함한 4자 퇴진론을 들고 나을 것이란 말을 흘리기도 한다.
이럴 경우 틔진 당사자들은 매우 난처한 지경에 빠지게되며 상황은 더욱 혼란해질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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