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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 리포트] 요즘 신문 보면 떠올라,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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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소년중앙 3기 학생기자 박율미(15·홈스쿨링)라고 해. 작가를 지정해서 그 작가가 쓴 유명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고 있지. 지난달에 소개한 윌리엄 셰익스피어 기억나? 오늘은 그의 작품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하려고 해. 한 번에 소개하기엔 너무나도 유명하고 멋진 작품들이 많거든. 조금은 슬프고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그가 쓴 ‘비극’에 대해 소개할게.

박율미 학생기자의 작가 토크 <10> 윌리엄 셰익스피어 ②

비극(悲劇)은 슬프고 불행한 운명·상황을 일컫기도 하고, 그런 결말을 가진 연극·영화·문학 작품 등을 이야기하기도 해. 비극은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출발했어. 대개 주인공이 처참하게 파멸되며 끝이 나. 좌절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들은 연민과 슬픔을 느끼고, 이는 카타르시스라는 감정의 정화를 가져다 줘. 주인공의 불행을 보고 관객들은 행복을 느끼는 셈이야. 아이러니하지?

셰익스피어는 원래 희극을 주로 썼어. 밝은 희극, 웃긴 희극, 심지어 로마의 잔인한 복수극까지 냈지만 모두 해피엔딩이었지. 하지만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야. 제목은 모두 주인공 이름이기도 해.

윌리엄 셰익스피어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의 희극 작가 인생에 비극이 끼어든 것은 바로 1599년 봄이었어. 그때 아일랜드에서 타이론이라는 사람이 반란을 일으켰지. 오랜 기간 셰익스피어를 후원하던 사우샘프턴 백작은 반란 진압에 나선 에섹스 경의 원정군 일원으로 출정했어. 하지만 원정은 실패하고 말았지. 진압 실패 소식에 영국 왕실은 크게 분노했어. 왕실의 분노를 전해 들은 에섹스 경의 원정군은 영국 왕실을 공격하기로 해. 반란을 진압하라고 보낸 군대가 도리어 반란을 일으킨 셈이지. 하지만 평생 풍족하게 살아온 귀족들의 명분 없는 반란을 국민들은 지지하지 않았어.

반란은 실패했어. 에섹스 경은 참수 당했고, 사우샘프턴 백작은 종신형을 언도받고 런던 탑에 갇혀. 총애하던 신하가 일으킨 에섹스 반란 사건으로 고령의 여왕은 심신이 지쳤고, 결국 1603년 3월 24일 69세로 세상을 떠나고 말아. 셰익스피어 작품의 열혈 팬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순탄치 못한 말년을 보내는 사이 그의 작품은 비극으로 바뀌어 가.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의 영화 ‘햄릿’ [중앙포토]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의 영화 ‘햄릿’ [중앙포토]

4대 비극 중 하나로 당시 유행했던 복수 비극의 형태를 취한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아름다운 여인 오필리아를 사랑하게 된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신분 차이와 사랑으로 고민하면서 읊는 대사야. 햄릿의 이 대사는 뒤에 나오는 말과 함께 읽어야 더 깊은 의미가 드러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도 죽은 듯 참아야 하는가.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과 싸워 물리쳐야 하는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라는 말만 들었을 땐 그저 햄릿이 뜬구름 잡는 고민만 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나머지 대사까지 함께 읽으니까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사즉생(生卽死死卽生)과 같이 결연한 의지를 볼 수 있어. 이외에도 『햄릿』에는 근사한 문장들이 많이 등장해. 내 마음에 쏙 들었던 문장을 하나 소개할게. ‘누르는 구멍을 잘 아는 척 하고선 내 마음속 비밀을 빼내려고 저음에서 고음까지 이르기까지 소리를 울려보려는 심사였군. 이 작은 악기에는 아름다운 가락과 절묘한 소리들이 들어 있지.’ 이 대사는 자신을 이용하려던 신하를 피리에 비유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내용이야. 정말 멋진 비유지?

미국의 오손 웰즈가 주연한 52년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오셀로’의 한 장면이다. [중앙포토]

미국의 오손 웰즈가 주연한 52년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오셀로’의 한 장면이다. [중앙포토]

두 번째 비극인 『오셀로』는 당시로선 흔치 않게도 흑인 장교가 주인공이야. 다른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비해 덜 알려졌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이 작품 역시 대사 한 줄 한 줄 명작의 위엄이 드러나니까 우리 친구들이 꼭 읽어 봤으면 해. 세 번째 비극 『리어왕』은 늙은 왕이 세 딸에게 왕국을 나누어 주면서 벌어지는 가족들의 다툼을 그렸어. 수많은 책·영화에서 셋째 딸이나 막내딸이 가장 사랑받는 경우를 종종 봤을 거야. 나는 세 자매 중 둘째 딸이라 처음에는 이런 설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 그런데 자유롭게 자란 막내들이 작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듣고선 이해할 수 있었지. 물론 셰익스피어는 장남이었기 때문에 이 경우에 해당되진 않겠지만. 내가 훗날 소설을 쓴다면 세상의 모든 둘째 딸을 위해 둘째 딸이 가장 사랑받는 내용으로 써보고 싶어. 물론 내 언니와 동생이 맏딸과 막내딸을 더 멋진 캐릭터로 써달라고 끊임없이 유혹하겠지만 굴하지 않을 생각이야. 마지막으로 『맥베스』는 인간 탐욕에 대한 작품이야. 나는 『맥베스』를 책보다 영화로 먼저 봤어. 2015년 개봉한 영화인데 보는 내내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긴장했는지 몰라. 셰익스피어 작품은 다양한 방법으로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해.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극장을 그대로 재현한 글로브 극장.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극장을 그대로 재현한 글로브 극장.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은 소감을 『오셀로』 4막 3장에 나오는 데스데모나의 대사로 소개하려고 해. ‘하느님, 악에서 악을 취하지 않고 악한 것을 통해 허물을 고칠 수 있도록 해 주소서.’ 난 매일 아침 식사 전에 신문을 펼치면서 하루를 여는데, 요즘 신문을 뒤덮은 주요 기사들을 보면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악에서 악을 취하지 않고, 악한 것을 통해 허물을 고칠 수 있길, 미래는 더 맑고 밝길 기도해야겠어. 다음 달엔 맑고 밝은 마음으로 동화 작가 로알드 달과 함께 올게. 안녕.

박율미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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