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전국 각 시험장 앞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선배들의 건승을 기원하는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들은 정성스럽게 만든 응원피켓을 들고 목청껏 자신의 학교이름을 외쳤고, 선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율동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50분 경북 경주시 성건동 경주여고 정문에 이른 새벽부터 나와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던 선덕여고 교사는 수험생 제자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응원했다. 후배들은 차가운 겨울 도로 바닥에 엎드리는 것도 주저하지않았다. 이곳 경주여고 시험장에 나온 후배들은 바닥에 단체로 큰절을 하며 수험생 선배들의 고득점을 기원했다.
대전 제27지구 제4시험장인 대전구봉고등학교 정문에서도 후배들은 큰 절을 하며 선배들을 응원했다. 이날 오전 날씨는 다소 쌀쌀했지만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영상권에 들어 ‘입시한파’는 기록되지 않았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시험장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 정문앞에 나온 경기고등학교 후배들은 준비해온 북을 치며 선배들을 응원했다. 한 후배는 “한 시간 내내 북을 쳐도 손이 아픈지 모르겠다”며 진심어리게 선배들을 응원했다.
자녀들의 고득점을 기원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더 애틋했다. 아버지는 딸을 꼭 끌어안았고,어머니는 뽀뽀를 하며 자녀를 응원했다.
자녀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낸 부모들은 마음을 졸이며 닫힌 교문 앞에 서있었고, 애타게 교실 쪽을 보며 발길을 돌리지못했다.
서문여고와 서초고 학생들이 시험을 치른 서초구 반포고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패러디한 피켓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했다. 서문여고 학생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담화문을 풍자해 ‘이러려고 대박났나. 만족감 들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나와 수험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흔들며 선배들을 응원했다.
한편 지난 9월 12일 진도 5.8의 역대최강지진이 발생하며 여진이 이어지던 경주의 사례에 따라 교육부는 수능시험 전날부터 기상청 국가 지진화산센터에 비상 근무자를 배치했다. 비상 근무자는 지진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전국 시험장에 인터넷 지진 정보 화면과 휴대전화 문자ㆍ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이용해 지진 규모와 발생 시각ㆍ장소ㆍ시험지구별로 단계별 대처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이에따라 경주고등학교 수능관리본부의 경우 서울대ㆍ부경대 소속 연구원이 고사장에 지진계측장비 설치,이와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시험시간 내내 지진 상황을 체크하기도했다.
올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응시생은 지난해보다 2만 5200명이 줄어든 60만 5987명이 지원했다. 이중 재학생은 45만9천342명, 졸업생 등은 14만6천645명이다.
이날 오전 8시 10분까지 각 시험장 입실을 마친 수험생들은 눈을 감거나 두손을 모으며 긴장을 푸는 모습들이었다.
시험은 오전 8시40분 1교시 국어영역(08:40∼10:00)을 시작으로 2교시 수학(10:30∼12:10), 3교시 영어(13:10~14:20), 4교시 한국사ㆍ탐구(14:50∼16:32), 5교시 제2외국어ㆍ한문(17:00~17:40) 순으로 오후 5시40분까지 진행된다.
한편 정진갑 수능 출제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올해 수능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일관된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며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핵심적이고 기본적 내용 중심으로 출제해 고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출제위원장은 “국어ㆍ영어영역은 출제 범위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해 출제했으며 수학ㆍ탐구영역ㆍ제2외국어ㆍ한문영역은 개별 교과의 특성을 바탕으로 사고력 중심 평가를 지향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수능에서 처음으로 필수로 치러진 한국사 영역과 관련해서는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핵심 내용 위주로 평이하게 출제했던 지난 모의평가 출제 기조를 유지해 수험생의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EBS 교재와의 영역ㆍ과목별 연계율에 대해서는 “문항 수 기준으로 70%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능 성적은 오는 12월 7일 수험생들에게 통보될 예정이다.
조문규ㆍ김상선ㆍ송봉근ㆍ우상조ㆍ김경록 기자, 프리랜서 공정식ㆍ김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