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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인터넷은행 걸림돌 치워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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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한애란 기자 중앙일보 앤츠랩 팀장
한애란 경제부 기자

한애란
경제부 기자

‘금융권에 메기 두 마리가 풀렸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발 은행 빅뱅이 시작됐다’ ‘금융업의 판이 바뀐다’.

지난해 11월 29일 금융위원회가 인터넷 전문은행 2곳의 예비인가를 발표했을 때 언론은 이렇게 반응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탄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에 대한 관심은 컸다. ‘고인 물’인 은행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 효과’를 일으키라는 격려가 이어졌다.

1년이 지났다. 제1호 인터넷은행인 K뱅크가 다음달 출범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도 다음달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런데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나 응원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온통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뿐이다. 기껏 뽑아놓은 선수들이 스타트라인에 서서 출발 총성을 기다리는데 그 앞에 넘지 못할 허들이 놓여 있어서다. 바로 은산분리 규제(은행법 15조)다.

인터넷은행은 ICT 기업의 주도로 금융과 ICT를 융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KT의 K뱅크 지분율은 8%,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10%에 불과하다.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의결권 있는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하게 한 은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부와 여당은 19대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대로라면 금융사 대주주가 주도하고 IT 기업은 보조 역할에 그치는 무늬만 인터넷은행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영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증자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인터넷은행 준비 법인들이 국회만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행히 국회가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17일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 4건을 본격 검토한다. 야당도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IT 기업의 지분 보유를 34%까지 허용하는 특례법 제정안을 냈다. 야당 반대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했던 19대 국회와 비교하면 한 걸음 나아갔다.

변수는 각종 이슈를 빨아들이는 ‘최순실 블랙홀’이다. 16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이 “K뱅크 예비인가에 차은택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은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 앞에 놓인 허들은 일단 치우거나 낮춰주는 게 맞다. 기껏 풀어놓은 메기가 죽게 놔둬서야 되겠는가. 국회는 메기를 살려야 한다. 그래야 은행 빅뱅이 시작될 수 있다. 은행 빅뱅의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한 애 란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