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힐러리, 남편 조언 무시해 졌다”…클린턴 전 대통령 측근 발언 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빌 클린턴(70)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 종반 부인 힐러리(69)와 심각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재수사 선언 직후 힐러리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조언을 완전히 무시하자 그는 고성을 지르며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의 한 최측근이 “힐러리와 빌이 제임스 코미 FBI국장의 재수사하기로 밝힌 후 서로 고성을 지르며 전화통화를 했을 당시 빌과 아칸소주 리틀록에 함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측근은 “빌은 FBI 결정으로 힐러리의 득표율이 깎일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존 포데스타 선거대책본부장과 힐러리가 경제 문제에 소홀한 채 노동자 계층의 영향력을 경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불만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재선 대통령’ 빌 클린턴 입장에선 도시 엘리트, 지식인 등 상류층에 의존하는 힐러리의 선거 전략이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추천 기사

그는 “힐러리와 대화하는 동안 빌의 얼굴이 너무 빨개져 심장 발작이 걱정될 정도였다”며 “결국 빌은 분노를 참지 못해 휴대폰을 아칸소 강을 향해 집어던지기까지 했다”며 격앙된 당시 분위기를 묘사했다.

메일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선거 캠프에 세계화와 기술 발전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계층과 연대를 강화해야한다고 반복적으로 건의해왔다. 실제로 클린턴은 1992년 지지율 90%를 기록했던 현직 대통령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를 상대로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 구호 하나만으로 대역전승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4년 뒤 96년 대선에서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균형예산 달성, 성장률 등 경제지표를 앞세워 당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밥 돌 전 상원의원에게 8%포인트 차로 낙승했다. 특히 96년 선거는 2년 전 힐러리가 총책임자 역할을 맡아 야심차게 밀어붙인 '전 국민 의료보험' 정책의 역효과로 공화당에 상·하원 과반수를 모두 빼앗긴 상황에서 이뤄낸 역전승이었다.

이 측근은 “트럼프의 약점을 계속 공격하는 일은 힐러리 캠프 직원들과 언론을 행복하게 만들었을지 모르나 정작 유권자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유권자들에게 먹힐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이 ‘가장’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같은 남성으로 유세를 펼쳤다면, 힐러리는 백인 노동자들의 삶을 어떻게 더 낫게 하겠다는 대안 없이 그저 적(트럼프)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인상만 줬다는 의미다.

선거 막판 힐러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조언을 ‘시대착오적’으로 평가해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측근은 “빌은 선거기간 내내 힐러리 참모들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점에 가장 분노했다”며 “빌보다 더 선거를 잘 아는 정치인이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