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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정치부기자/볼썽사나운 「정치풍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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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메라 치워』 『어디 회의를 계속해 봐』
밀고 밀리는 몸싸움과 고함, 욕설 끝에 결국 정무회의는 개의 5분만에 산회되고 말았다.
24일 상오 신민당 중앙당사. 이철승 의원에 대한 징계 방침 철회와 두 김씨의 사과를 요구하던 전주지구당 청년당원 1백여명의 실력항의가 빚은 때아닌 소란이었다.
비록 농성으로 이어진 이들의 항의가 별다른 불상사로 확대되진 않았으나 매서워진 꽃샘추위와 함께 한층 을씨년스럽고 볼썽사나운 풍경이었다.
두 김씨의 섭정이 있었든, 아니든 공당의 확대간부회의가 내린 결정을 폭력행사의 위협을 드러내며 철회하라고 요구한 행위는 이유야 어쨌든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아닐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때 총재실까지 무단 점거, 총재단 회의마저 방해했던 것은 총재단에 대한 당원의 예의라고 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확대간부회의나 정무회의는 제소만 결정할 뿐 징계내용까지 마무리 짓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무회의가 제소한다해도 당기 위에서 충분한 본인의 소명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며 의원의 제명은 특히 의원총회까지 거쳐야한다. 앞으로 얼마든지 본인의 입장을 변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대화로 풀어야할 정치를 물리력의 동원으로 맞서왔대서 신민당은 늘 현정권을 폭력정권이라 비난해오지 않았는가.
물론 이 의원의 순수내각제 지지발언을 『계획된 반란』이며 『명백한 해당행위』 라고 제명이란 꼬리표까지 달아 제소키로 한 주류측의 논리에도 억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주류의 기선을 제압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 것도 그렇고, 「40년의 소신」 을 새삼스럽게 문제삼아 당의 원로를 제명까지 하려한 것은 오히려 적전 분열만 노정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신민당이 이런 소란 속에 빠져있던 같은 시각, 당국은 고문폭로대회를 하루 앞둔 민추협사무실을 사전봉쇄하고 관계자들을 가택연금 했다. 사무실을 차단한 대형버스 4대가 가뜩이나 좁은 길을 메워 하루종일 시민들에게 불편과 짜증을 안겨주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정치가 언제까지 이런 노릇이어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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