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로하라"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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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밖에 가까운 연간에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이고 고래 등같은 기와집에서 살게하겠다는 말이 25년도 넘었는데 인민들은 먹을것조차 없어 굶주리고 있는 사실을 아느냐. 당간부들은「옛날 혁명시절에는 조밥에 된장을 찍어먹고도 강고하게 혁명을 했는데, 왜 일들을 열심히 하지않느냐」고 하지만 조밥에 된장이라면 차라리 현재의 죽보다 낫겠다.
당간부들만은 김일성의 얘기처럼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좋은 승용차를 타고다니니 이는 잘못된 것이다. 주체사상은 빈초롱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썼다.
-편지와 관련해 북한실상을 소상히 소개해 달라.
▲(김만철) 북한에는 우상화 작업이 심화돼 김일성·김정일 두사람에게「해와 달이 닳아 없어질때까지 대를 이어 충성하겠다」는 노래가 있을 지경이다.
부작용과 김일성 신봉자들의 횡포가 심해 결혼식때 신혼부부는 신혼서약 대신 충성서약을 해야한다.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완치된뒤 의사에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 초상화 앞에가 「수령님 감사합니다」라고 해 평소 기분이 나빴다. 집에서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는 물론 둘이 함께 걸어가며 「사업토의」하는 장면의 사진까지 걸어 놓아야해 한쪽 벽이 우상화 사진으로 덮여 가족사진은 걸 염두도 못낸다.
「초상화」밑엔 향수병
초상화 밑에는 초상화를 닦는 「빌로도 수건」과 향수병을 넣어두는 「정성함」이 있어 매일 아침 초상화를 닦아야 하고, 검열에 걸리면 큰일나며, 배가 침몰할때 제일 먼저 초상화를 갖고 나와야 혁명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렇지 않으면 선장의 목이 달아난다. 김일성에게 남긴 편지중에 「주체사상은빈초롱」이라고 한것은 자급자족이 안되는데도 소련에 쌀을 수출하는등 외국에 대해 허장성세가 심하다는 뜻이다.
물이 담긴 초롱은 두드려도 소리가 안나지만 빈초롱은 요란하다. 북한내부는 물론 일본등 외국에도 주체사상연구소를 만들어 자금을 제공하는등 대외선전에는 자금을 아끼지 않는다. 심지어 김일성이 담석증 수술을 받을때 청진의대병원 이낙빈이란 의사가 수술을 했는데 이 사람은 비뇨기과장보다 의술이 못한데도 당성이 좋아 수술을 맡았다.
이 의사는 수술에 자신이 없자 김일성과 체격이 비슷한 아주 비대한 사람을 골라 2∼3차례 연습을 한 뒤 수술해 성공, 김일성이 보건부장 자리에 앉혔고, 지금은 당 중앙 더높은 자리에 있다고 알고 있다.
-북한주민들의 의생활은. ▲(최평섭) 북한에는 테토론· 나일론이 한창 인기인데 여기와서 보니 10년전에 인기가 있었던 것을 알고 놀랐다.
사회안전원·철도원등 정복을 입는 사람만이 정기적으로 의복을 무상공급받는다. 일반 주민은 의료공급이 제대로 안돼 암시장에서 1백50원씩 주고 옷을 사입어야한다. 암시장에서 괜찮은 옷은 5백∼6백원씩 한다.
-북한의 생필품 부족 실태는.
▲(최평섭) 수건 1장으로3∼4명이 함께 사용하며 비누도 1년에 5장만 배급, 양잿물을 섞은 대용품을 집에서 만들어 쓴다.
이곳에 와서 샴푸를 머리기름인줄 알고 발랐더니 거품이 나서 당황했다.
-북한은 물자부족으로 학생들에게 내라는 물건이 많다는데 무엇을 갖다주고 어떤 일을 하는가.
▲(김광옥)선생님들이 시멘트·타일등을 갖고오라 하고 없으면 공자이나 기업소에서 훔쳐오라고 한다.
교실을 지을 때는 부모들이 동원되기도 하고 오전 수업후에는 노동을 한다.
김일성 원수가 지나갈 때는학생과 주민들이 동원돼 물과 걸레로 도로까지 깨끗이 닦아야 한다.
-85년의 남북고향방문단교환이나 지난해의 서울아시안게임, 내년의 올림픽개최소식등은 TV를 통해 알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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